기업과 관계 정계를 두루 거친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역시
관록이 돋보였다.

판에 박은 듯한 모범답안에 말까지 아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대목에선 서슴없이 속을 보였다.

기업활동도 정부규제도 ''풀어내는''쪽이 될 것이란게 나부총리가 잡은
경제운영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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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만호 < 경제부장 > ]]]

-경제부총리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녹실(부총리집무실)로 다시 오니 어떻습니까.

<>나부총리=훨씬 힘든 느낌입니다.

옛날과 비교해 차이도 많고요.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제활동에서 민간의 역할이 정부보다 커진 점이 우선
달라진 것 같아요.

재무부가 들어와서 그런지 재경원 자체도 몰라보게 커졌고요.

전체를 파악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재경원조직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조직도 조직이지만 권한과 기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나부총리=민간부문이 커진것에 비하면 꼭 그렇게만 볼수는 없습니다.

권한의 하부이양도 어느정도 이뤄져 있고요.

재경원의 규제를 얘기할때 금융규제를 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원점에서
다시 풀어갈 생각입니다.

지금 기초조사부터 다시하고 있는데 선진국 수준까지 규제완화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저 자신 업계와 정치권에 있어봐서 각계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고요.

취임후 이틀에 한번씩 아침에 1급들과 미팅을 하는데 여기서도 문제제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구체적인 규제완화방안은 어떤 것들입니까.

<>나부총리=우선 은행 증권사등 금융기관의 점포규제를 없앨 생각입니다.

몇개 기준은 남아 있겠지만 점포수나 지역선정등 점포정책은 금융기관들이
알아서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재경원의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완화에 촛점을 맞출 방침이고요.

-무색무취라고 하나요.

경제정책에 철학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데요.

<>나부총리=우리나라 사람들은 선명한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안정이냐 성장이냐는 어느쪽 하나만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성장은 안정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이므로 어느쪽 하나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요.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그래서 모든 경제활동의
기반이 물가안정인 셈이지요.

그러나 제 성격이 현실적 접근의 해결방법을 택하는 스타일인 만큼 한쪽
으로 고집 부리는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요즘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는지요.

<>나부총리=작년 4.4분기부터 고성장세갈 다소 꺽이는 모습입니다.

생산 출하 설비투자 민간소비등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재고는 늘어나고
있고요.

그러나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기동향지수 순환
변동치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하강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투자 수출 등 분야별로 점검하는등 "매크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급격한 위축방지을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 하고 경기가 급속히
하강할 경우 신축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는게 정부방침인 것같습니다.

그러나 물가를 4%대로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국제수지가 불안
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나부총리=정부가 재정을 조기집행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예산범위내에서
집행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는 침체된 건설경기를 뒷바침하기 위한
미조정이라고 봐야지요.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하강하더라도 소비등 국내수요를 부추기는 부양책
보다는 수출 사회간접자본 설비투자 기술개발등 수출경쟁력을 뒷바침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렇게하면 물가불안이나 경상수지적자 확대는 막을 수있을 것입니다.

-요즘 증시가 너무 불안합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경제의 연착륙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까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나부총리=증시는 기업자금조달의 원천이고 국민들의 저축수단으로 이용
되는 곳입니다.

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경기연착륙과 금융소득종합과세등 증시주변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어 올해 증권시장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증시의 성격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정부에는 최근 증시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증시대책차원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고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텐데요.

<>나부총리=자본시장 개방계획상 금년에도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확대키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구제적인 시기와 폭은 통화 금리 환율등 거시경제여건과 증시동향을 감안
하여 결정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는 비자금사건등으로 대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해 대기업정책 윤곽은 어떻습니까.

정경유착의 해소방안이라든지..

<>나부총리=비자금사건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졌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비자금에 대한 의식과 관행이 크게 달라졌으니까요.

정경유착을 막기위해 제도상으로도 과감히 수술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선 정부에서 해줄수도 안해줄도 있는 재량권이 많은게 문제인 만큼
재량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누구나 기업의 내용을 들여다 볼수 있도록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하고요.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나부총리=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등으로 어느정도 기업경영이 깨끗해
지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요즘 기업들이 발표하고 있는 외부이사제도 도입은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환영할 만한 것이고요.

이는 기업도 스스로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생각
하는 것의 반증이니까요.

정부차원에서도 앞으로 기업공시제도를 강화하고 소액주주들도 필요할
경우 경영내용을 들여다 볼수 있도록 소액주주보호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은행의 부실대출이 많거나 배당도 못할 정도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요.

-중소기업청이 신설되는등 여러가지 중기지원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대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불평이 여전
합니다.

<>나부총리=통상산업부에서 현재 중소기업청의 골격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문제는 자금 기술 인력등 총체적인 만큼 중소기업청
혼자 해결할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재경원(자금) 노동부(인력) 통산부나 과기처(기술)등 경제팀이 전체적인
뒷바침을 해야 합니다.

이를위해 부총리가 직접 "중소기업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관계부처장관과
함께 중소기업문제를 직접 챙겨 나갈 생각입니다.

-취임기자회견에서 "경제논리로만 경제를 운용할수 없다"는 말씀을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는 정치논리를 의식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총선을 앞두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부총리=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나라가 경제논리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인데..

물론 경제를 운용하는데도 지나치게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면 불균형의
문제가 생깁니다.

이는 정치적인 불안을 야기하지요.

균형은 인간답게 사는 바탕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논리와는 별도로 노인 장애인들 지원하는 것과 영세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우는게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경제부처는 경제논리로 움직일 것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권의 요구가 봇물처럼 많아질 텐데요.

특히 나부총리가 현직의원이어서 그런 요구를 많이 수용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부총리=재경원의 우선과제는 경제를 견실하게 운용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불안정을 해소하는 것이지요.

신한국당의 정책위원장을 해봐서 알지만 이제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대한
무리하게 요구가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요구는 경청하되 큰 흐름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상속 증여세제 개편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올해 세제개편의 윤곽은 어떤 것입니까.

<>나부총리=금융실명제 및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로 올해는 과거와는 달리
상속 증여세의 실효성을 높일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상속 증여세에 있어서는 성실히 세금을 납부할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면서 상속증여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를 운영할 것입니다.

특히 고액 재산가의 부의 세습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도록 하여 조세정의가 실현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국세청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나부총리=현재 일선 세무공무원의 업무량이 많아 양질의 납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세무공무원 1인당 납세자수가 3백54명으로 일본의 1.4배에 이르는 실정
입니다.

또 금년부터 소득세가 신고납부제도로 전환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됨에 따라 업무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같은 세무공무원의 과중한 업무량을 경감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등 새로운
세제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국제청의 조직을 개편하는 방향을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한국중공업 가스공사등 대형공기업민영화가 지연되고 있는데 공기업민영화
를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나부총리=한국중공업 가스공사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가 지연됨에 따라
정부의 민영화추진의지에 대해 일부 부정적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는 공기업경영효율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제고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경제적 집중문제라던가 증시에 미치는 부작용등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민영화가 가능하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

-정부는 올해 OECD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무리한 가입조건을 들어가면
조기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나부총리=신경제계획 규제완화시책 그리고 문민정부 출범이래 추진해온
개혁조치들의 기본정신이 OECD의 이념인 "다원적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와 일치하다고 판단됩니다.

OECD가입을 늦울 이유가 없다는 얘기지요.

정부는 작년 3월말 OECD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 심사대상 7개 위원회중 해운 보험위원회등 2개 위원회의
심사를 이미 통과했고 올 금년 상반기중 금융시장위원회등 5개 위원회의
심사를 마치면 가입절차를 끝낼 것입니다.

< 정리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