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 인텔사에 싱크로너스D램을 독점 공급케 됨으로써
메모리반도체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게 됐다.

비메모리반도체와 PC용 칩세트 분야의 ''제왕''격인 인텔과 삼성의
''연합군''이 노리는 것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의 차세대 시장에서
각각 ''왕좌''를 지키는 일이다.

두 회사의 구상은 첨단반도체로 무장된 칩세트를 공급함으로써 세계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꿔버리자는 것.

칩세트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반도체로 구성된다.

이들 두구성인자는 바늘과 실의 관계로 보면 된다.

그중에서도 ''바늘''격인 CPU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삼성의 ''실''
(싱크로너스D램)을 채용해 올해 중 선보일 ''트라이톤 VX''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겨냥해 개발한 첨단제품이다.

싱크로너스D램은 일반D램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으며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다크호스''다.

두 회사의 제품이 결합된 칩세트가 나올 경우 PC용 중앙처리장치는
멀티미디어 지원형으로 바뀌고 메모리반도체는 일반 D램으로 변화될 게
분명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밑그림 자체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제휴를 통해 두개의 ''날개''를 달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나는 싱크로너스D램의 세계 표준화다.

인텔은 세계 PC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업체다.

그 무기는 중앙처리장치다.

286.386 등으로 불리는 시리즈 제품으로 시장을 정신없이 몰아간다.

미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PC용 소프트어인 윈도와 함께 세계 PC와
반도체 경기를 결정하는 ''윈텔''파워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싱크로너스D램을 인텔의 중앙처리장치와 결합키로 한
것은 바로 PC용 메모리반도체에서 ''사실상의 표준화(Pefacto standard)''를
이룬 것과 같다.

인텔이 삼성의 제품을 사용하는 한 싱크로너스D램의 제조 규격은
''삼성모델''을 정답으로 할 수 밖에 없다.

표준화를 이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쟁업체들이 표준규격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라인을 정비한
뒤 안정시켜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삼성이 초기시장에서 경쟁상대 없이 독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삼성전자 관계자).

또 다른 날개는 바로 ''메모리분야의 윈텔 파워''를 갖게 됐다는 것.

싱크로너스D램의 올해 예상 시장규모는 5천만개(16메가 D램가 기준)다.

일반 16메가D램의 10억개에 비하면 보잘 것없는 양이다.

그러나 내년엔 3억5천만개, 오는 98년엔 9억개 규모로 시장이 급팽창해
D램 수요의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16메가D램 이상급에서는 일반 D램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싱크로스D램이
자리를 대신할 것"(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부회장)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이같은 급성장 품목의 초기시장을 독점하게 됐다는 것은 안정된
성장기반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에 인텔에 공급키로 한 물량은 그리많지 않은 7백만~8백만개
(16메가기준)정도다.

하지만 ''트라이톤 VX''의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공급물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인텔의 올해 펜티엄급 칩세트 예상판매 물량인 2천만개중에서 절반
정도만 차지해도 이 회사의 싱크로너스D램 수요는 4천만개(16메가기준)에
이르게 된다.

삼성이 이 물량을 모두다 차지할 수는 없다.

생산능력이 그렇게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갖는등 다른 경쟁업체보다 한 수 위에 설
것은 분명하다.

이 회사가 올해와 내년중 싱크로너스D램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로 한데는
이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싱크로너스D램으로 몰고 가는 ''메모리분야의
윈텔파워''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이같은 전략에 한계가 없지 않다.

성공여부가 자체 경쟁력이 아닌 ''인텔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칩세트의 성능이 메모리반도체보다는 중앙처리장치에서 결정되는 메커니즘
탓이다.

어쨌든 ''삼성-인텔''호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석권을 목적지 삼아 출항의
뱃고동을 울렸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구도가 어떻게 뒤바뀔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