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금호그룹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이번엔 정말 퇴진할 것인가.

오는 4월7일 금호그룹 창립 50주년을 전후해 박회장이 동생인
박정구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줄 것이라는 설이 최근 나돌면서 재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박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소문은 지난 93년이후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삐져나온터여서 "실현"여부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4월 승계설"의 진상은 작년말 박회장이 그룹 밖의 친구들에게
"만 65세가 되는 내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데서 비롯됐다.

박회장의 이같은 의사표현은 이번까지 포함해 세번째다.

박회장은 지난 93년 경기도 이천 미란다호텔에서 열린 임원연수
강연에서 "내년엔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해 처음으로 퇴진의사를
내비쳤다.

두번째는 지난 94년2월 그룹임원회의에서 "앞으로는 박부회장 체제로
그룹을 운영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박회장의 이런 발언은 그가 경제학자 출신인데다 경영에 큰 욕심이
없다는 점때문에 강한 설득력을 업고 그룹을 뒤흔들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퇴진의 뜻을 한번도 실현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박회장은 퇴진의사를 밝힌 후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그룹비서실
등에 대권승계준비를 지시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의 일선후퇴 언급이 과연 "진심"인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금호그룹 고위관계자는 "박회장이 대권승계의 뜻을 여러차례 비친긴
했으나 준비지시가 없어 대외적으론 뭐라 확인해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아직까지는 "노인이 이젠 죽어야지"라고 말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올4월은 금호그룹 창립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다 재계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에야 말로 박회장이 "뜻"을 실현시킬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