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씀씀이가 크게 줄고 있다.

기업들은 또 은행대출등 간접금융보다는 회사채발행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기업들의
금융자산운용규모는 작년의 10조2천억원에서 8조원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대한 운용비율도 33.2%로 작년동기(42.5%)
보다 크게 떨어졌다.

3.4분기중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대한 운용비율이 이처럼 낮아지기는 88년
3.4분기(33.2%)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운용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기업의 자금
부족규모가 크게 늘어난데다 설비투자계획축소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가계(개인부문)는 컴퓨터등 내구재와 승용차관련부품등 준내구재에
지출이 꾸준히 증가했나 경기확장세 지속에 따른 소득증가를 반영, 자금잉여
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개인잉여보다 기업의 자금부족이 더 큰 규모로 늘어나 개인의 기업
부족자금 보전율은 작년 3.4분기의 55.0%에더 52.8%로 떨어졌다.

기업들은 회사채 기업어음(CP)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4분기중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비중은 53.5%로 지난 93년
4.4분기(64.1%)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운전자금수요 충당을 위한 기업어음 발행이 늘어나고 회사채발행이
유통수익률하락과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를 앞두고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직접금융조달규모가 12조9천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8천억원)보다 2조원이상
늘어났다.

반면 간접금융은 투금사 및 보험사로부터의 차입증가에도 불구하고 예금
은행과 신탁계정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줄어들어 조달규모가 8조6천억원
으로 지난해(11조4천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비중은 47.7%에서 35.6%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자금운용이 줄어들었지만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은 비교적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금전신탁과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이 호조를 보인데다 공사채형 투자수익증권
과 통화안정증권을 중심으로 채권발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금융부문의
자금조달규모가 전년동기의 25조8천억원에서 32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금운용규모 역시 전년동기의 26조6천억원에서 33조원으로 확대됐다.

기관별로는 투자기관등 기타금융기관과 보험 및 연금의 자금조달이
늘어나고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데 반해 예금은행은 전년
동기수준에 그침으로서 비중이 낮아졌다.

예금은행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와 외화채권 발행이 호조를 보이고 재정
자금차입도 증가했으나 요구불예금의 감소폭이 확대되고 저축성예금의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자금조달규모가 전년동기(9초3천억원)에 머물고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졌다.

형태별로 살펴보면 예수금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 금전신탁 환매조건부채권
등의 매각이 호조를 보였으나 요구불예금감소폭이 전년동기보다 확대되고
저축성예금과 정부당좌예금의 증가세도 둔화되어 전체적으로는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