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이 신제선공장을 준공한 지난 11월28일은 철강역사에 한획을 긋는
날이었다.

신제선공장이 연산 60만t으로 규모면에서는 기존 고로보다 훨씬 작으나
"꿈의 제철법"이라는 용융환원제철법을 사실상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라
는 점에서 그렇다.

전세계가 연산 60만t짜리 설비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고로시대"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용융환원제철법이 고로법을 대체
하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철강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왔나.

전세계 철강업체들은 너나할 것없이 차세대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약점을
안고있는 고로법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잇단 철강대체재의 등장으로
제조원가 절감과 조업탄력성의 확보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철강업체들이 차세대 기술로 손꼽는 공법중 가장 먼저 상용화된 것은
박슬래브.

두께 250mm의 슬래브를 만들어 압연하는 기존의 핫코일 생산방식과 달리
슬래브의 두께를 50mm 안팎으로 얇게해 압연하기 때문에 박슬래브라고
부르는 이 공법은 고로가 아닌 전기로 쇳물을 사용, 품질은 다소 떨어져도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박슬래브 프로세스로는 독일의 SMS사가 개발해 미국가 뉴코사가 최초로
상용화한 CSP(Compact Strip Production)를 비롯해 독일의 MDH가 개발해
이탈리아 아르베디에 적용한 ISP(In-Line Strip Production)가 대표적이다.

또 오스트리아 페스트 알피네사의 CONROLL(Continuous Casting & Rolling)
과 미국의 티핀스사가 삼성중공업과 공동개발한 TSP(Tippins Samsung
Process), 그리고 독.불합작의 CPR(Casting Press Process)등도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10기 정도만이 설치돼 가동중이나 2000년대 초반까지
는 40~50기로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세계철강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박슬래브 다음으로 철강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술은 포철이
상용화한 용융환원제철법.

철광석과 석탄을 예비처리하지 않고 직접 사용하여 철광석을 용융상태에서
철로 환원하는 이 기술은 소결및 코크스공정을 생략함으로써 투자비를
줄이고 동시에 환경오염을 방지할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기술로 손꼽힌다.

이중 괴광 사용기술인 코렉스(COLEX)법은 포철에 앞서 남아연방의
이스코사가 연산 30만t규모로 실용화한바 있으며 일본(DIOS법) 호주
(Hi-Smelt 법) 미국(DSM법)등도 90년대말이나 2000년대초 상용화를 목표로
은 분광을 사용할수 있는 용융환원제철법을 개발중이다.

포철도 신제선공장의 준공에 이어 코렉스공정에 분광을 장입하여 괴광의
15%를 대체하고 코렉스공정중 환원로인 샤프트로를 유동층로로 대신해
분광을 장입할수 있도록 하는 "파이넥스"라는 이름의 용융환원법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박슬래브 용융환원제철법과 함께 철강업체들이 염두에 두고있는 기술은
스트립캐스팅.

슬래브주조를 거치지 않고 고로에서 나온 쇳물로 막바로 핫코일을 제조하는
이 기술은 제강공정과 압연공정을 통합할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은 파일럿 플랜트를 짓는 단계여서 2000년대 초반은 지나야 실용화될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기존 공정에 비해 압연라인을 10분의1로 줄일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들 혁신기술이 기존의 고로법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
하다.

박슬래브 공법의 경우 가격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순도가
떨어지는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고급강판 제조가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용융환원제철법은 규모의 경제성에서 고로에 크게 뒤진다는
약점이 있다.

포철의 신제선공장만 해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설비규모가
연산 60만t에 불과한다.

연간 300만t을 쏟아내는 고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포철관계자들도 조업의 탄력성이 높고 설비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은
있으나 고로를 대체하기엔 무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이들 혁신기술이 기존의 제법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철강기술의 세대교체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여서 혁신기술개발에서
뒤지면 경쟁력을 유지할수 없다고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