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 중소기업간의 전략적제휴가 시작됐다.

시장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기업들이 적에게 심장부인 공장과
연구실을 열어 보여주고 기술과 노하우를 교류하는등 전에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업체끼리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으론 세계화라는 거센
외풍을 막아내기 힘들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각자의 특기를 합쳐 초일류 중소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원대한
포부도 깔려 있어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3일 경기도 이천의 두일산업엔 경쟁업체의 임원및 중간관리자
6명이 모였다.

아일공업의 이석호이사 태영전자의 박민선과장 대우프라스틱의 이광재차장
제일엔지니어링의 최승일차장 세화의 신상식주임등이다.

두일산업의 양태석부장이 호스트가돼 이들을 각현장으로 안내하고
회사의 개황과 기술개발동향을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프라스틱사출업계에서 15년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현장을 한번 둘러보기만해도 기술및 제품수준을 알아볼수 있을 정도의
경력자들이다.

프라스틱사출물은 TV 냉장고 세탁기등 전자제품의 얼굴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정도로 중요하다.

이들은 각자의 회사를 돌아가면서 매월 한차례씩 모임을 갖고 기술과
경영문제 전반을 토론한다.

외관을 매끄럽게 다듬는 방법이라든지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을 줄이는
방법 등을 논의한다.

기계설비는 어느회사 제품이 낫고 어느회사제품은 문제가 있다는 등
평가도 한다.

또 이날 모임에서 논의된 사항은 자기 회사로 돌아와 즉각 반영한다.

이들이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이들은 삼성의 권유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의 기술이 노출되는것을 꺼려 모임자체가 잘 진행될지
회의적이었으나 막상 시작해보니 배울점이 많았다.

태영전자의 박민선과장은 "회사에서 근무할때는 우리 회사의 단점이
잘 눈에 띄이지 않았으나 남의 회사를 방문해보니 정리정돈에서부터
작업지시 품질관리 불량줄이기 끝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배울점이 너무
많았다"고 말한다.

당초 8개회사가 함께 시작했으나 2개사는 중도에 탈락하고 지금
6개사가 모임을 이끌고 있다.

참석자들은 회사의 수준과 참석자의 경력이 비슷하다보니 얘기가
통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서로 주고 받을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배우기만
하면 모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철저하게 "기브앤 테이크"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이들은 내년중 해외기업 견학도 함께 나갈 생각이다.

안경업체들간의 전략적 제휴는 서전의 일방적인 공장공개를 시작으로
이뤄졌다.

광학조합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전의 육동창사장은 국내안경산업의
도약을 위해선 자기회사 생산라인및 기술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
업계 사람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폐쇄적이기로 이름난 안경업계에서 공장개방은 혁명적인 일이나
다름없다.

지난 여름엔 유진광학 유영조사장 뉴월드공업의 장기호공장장
국제아피스의 서판권실장 등 부산지역 안경업체대표및 간부 79명이 서전의
공장을 다녀갔다.

또 서전과 대표적인 라이벌기업이라고 할수 있는 삼성공업 한서 등
대구지역 기업체 간부들도 대거 다녀갔다.

이들은 설계실부터 고주파용접과정 금형설비 도금등 핵심라인을 모두
훑어보며 꼬치꼬치 캐묻고 갔다.

이같은 서전의 공장개방에 자극받아 이들은 업계 공동으로 힌지등
부품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질좋은 부품을 공동으로 개발, 호환해 사용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여가자는 것이다.

이밖에도 프레스업체 트랜스포모업체 리모컨업체등도 각각 5~6개사가
전략적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기술및 노하우교류에 나서고 있다.

육동창사장은 "한국제품은 국제시장무대에서 싸구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동종의 중소기업간
전략적제휴가 급속히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