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가 되고 문화수준이 향상되면서 보다 큰 화면에서 선명한
영상정보를 즐기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따라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PDP(플라즈마화면)등 차세대
영상표시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현 영상표시기술 가운데 가장 큰 화면을 선명한 화질로 제공할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디지털광처리(DLP)시스템이 내년초 미TI사에 의해
회의용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DLP시스템은 가로 세로 17미크로 (1미크로 =1백만분의 1m)크기의 초소형
거울 2백만개를 가로 세로 2cm 크기의 칩에 집적한 디지털 마이크로미러
디바이스(DMD)를 이용해 TV나 VTR은 물론 PC의 영상을 화질 손색없이
1백인치급 대형화면으로확대할 수 있다.

TI사는 DMD칩뿐아니라 거울을 TV나 VTR의 영상신호와 연계해 제어하는
장치와 광학계까지 포함된 DLP시스템을 개발,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전기공학과 김용권교수팀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국립공업기술원등과 공동으로 DLP시스템의 핵심기술인 DMD칩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중으로 최근 초보단계이긴 하지만 초소형 거울을 만들어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김교수팀은 초소형정밀기술을 활용, 1백미크로 X 1백10미크로
(1미크로 =1백만분의 1m)크기의 초소형거울 4개를 한개의 실리콘기판위에
제작했다.

실리콘기판에 알루미늄 박막을 입힌다음 기존반도체 공정의 식각기술을
활용해 초소형거울 4개를 나란히 제작한것.

김교수는 "이번에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국내 업계의 고집적 반도체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3~4년내에 2백만개의 초미세거울을 집적한 DMD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신규 선도기술개발사업으로 초소형정밀기계사업이 선정
됨에 따라 DMD에 대한 연구가 정부지원을 받을수 있게 됐다며 2000년
이전에 국산 DLP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시스템의 원리는 경기장의 카드섹션과 비슷하다.

카드섹션에서는 개개의 카드들이 주위의 카드와 함께 어떤 조합을 이뤄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화면이 만들어진다.

이시스템은 정전력으로 DMD의 거울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원하는 형상과
색상의 화면을 생성한다.

이는 거울이 한방향으로 기울면 빛을 반사하고 반대편으로 기울면 빛을
반사할수 없도록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거울에는 적색 녹색 파란색등 3원색의 빛이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쏘아지는
데 거울이 빛을 반사 시키는 시간에 따라 해당화면의 색상농도가 결정된다.

동시에 주변 거울의 빛 반사 여부에 따라 화면의 색상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DLP시스템은 이처럼 거울에서 반사된 빛을 렌즈로 투사해 대형화면을
만드는 "투사형" 장치이다.

투사형은 빛을 표시장치에 쏘아 투과시키거나 반사시켜 화면을 확대하는
것으로 직시형이 갖는 대형화면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등장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TV나 PC에 쓰이는 지금의 직시형 표시장치로는 브라운관
및 LCD(액정표시장치)가 주종을 이루고 PDP등이 개발중에 있으나 모두
기껏해야 60인치 이상의 화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전세계에서 28억달러(94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투사형 표시장치로는
브라운관(CRT)이나 LCD를 활용하는 2개 기술이 상용화돼있다.

그러나 부피가 커지고 화면초점을 맞추기 어려우며 화면이 어둡다는등의
문제가 있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는 기술로 등장한게 바로 DLP시스템인것이다.

김교수팀과 함께 연구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최범규박사도 "DLP시스템
은 광효율이 높고 외부충격에 강하며 양산시 싸게 만들수 있는등 대형화면을
만들어내는 현기술중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라고 말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