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시장에 가격경쟁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 LG등 일부대형사들이 그동안 국내보험요율의 가이드역할을
해 온 대한재보험특약에서 탈퇴의사를 잇따라 밝힘에 따라 본격
전개되는 손보사간 요율 경쟁은 업계판도는 물론 국내기업들이 부담하는
보험료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화재보험을 대체하는 재산종합보험에 대한 재보험특약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해상이 이달초 포항제철소유 헬기(가입금액
5백67만8천달러)1대에 대한 보험을 전격 유치했다.

국내 11개사중 유일하게 대한재보험 특약에서 탈퇴한 현대는 독자적으로
요율을 제시, 항공보험을 처음으로 인수한 것이다.

현대와 대한재보험이 제시한 요율은 1.8%와 1.98%.가격경쟁에서 현대가
대한재보험을 누른 셈이다.

이로써 동양과 삼성이 7대3의 비율로 관리해온 포철소유 헬기에 대한
보험은 현대가 50%를 보유, 주간사사로 떠오르고 동양과 삼성의 지분은
30%와 20%로 각각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의 이번 인수는 항공보험시장이 앞으로 무한경쟁
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해외영업망을 구축해 보다 싼 요율을 구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보험요율을 대한재보험에 의존하는 특약체제에서 벗어나
해외재보험자와의 직접거래를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재보험은 전체대상 총95대(수입보험료기준 9백85만달러)중
현대가 1대를 가져갔을 뿐 국내항공보험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특약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대형화재보험을 기계보험등을 묶어 패키지화한 재산종합보험의
요율경쟁에 나서겠다는 LG 현대등의 움직임에 이어 이번 포철헬기에 대한
항공보험경쟁은 무한경쟁체제로 진입하는 국내손보사 전체에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대형사간 가격경쟁선언에 따라 촉발된 이번 자유화바람은
정부가 마련한 보험가격자유화스케쥴(96년4월이후 종목별 자유요율체제
이행)을 훨씬 앞지른 것이라는 점이다.

항공.재산종합보험등 일부종목이긴해도 해외재보험요율에 근거한 완전자유
경쟁의 특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삼성 동양등 대형사와 중하위사들이 업계일각의 자유경쟁움직임에 반대의
뜻을 강력하게 내비치는 것도 이때문이다.

각보험사가 독자적으로 해외재보험거래에 나서는 것은 국부(보험료)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오며 손보사의 안전판역할을 하는 대한재보험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이들보험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외출재물건이 연3천억원선에 달해 독자적인 해외거래를 할 수 있는
삼성화재가 특약체제유지쪽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석용손보협회장은 이와관련,"외국보험사에 비해 경영기반이 취약한
국내시장여건상 보험가격의 완전자유경쟁은 시기상조"라며 "업계 전체로
담보력이 일정수준까지 강화돼 국내에서 보험물건을 어느정도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재보험특약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손보사들이 보험료 완전자유화체제로 성큼 다가설지 아니면 재보험
특약이라는 종전의 자율규제체제를 당분간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재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