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LG등 대기업그룹들이 비자금파문으로 훼손된 그룹과 총수의
대외적인 이미지 쇄신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초유의 사건이 연일 외신에 보도
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

대규모 해외 건설공사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선 기업과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총수들이 해외유명인사나 재계관계자들과 접견할 때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고충이다.

따라서 해당 총수들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그룹비서실등은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그룹은 발빠르게 주재원 행동수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비자금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가급적 유발시키지 말고 <>외국바이어들이
자꾸 물으면 "구시대의 관례였음"을 강조하라는 것.

또 <>총수의 소환조사는 검찰의 수사절차상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주지
시키고 <>혐의사실을 조사받은게 아니라 참고인자격이었음을 강조하라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 해외바이어들과 수출상담을 진행한 H종합상사의 영업담당
임원은 "상대방이 궁금증을 표시하면 한국적 상황에서 벌어진 과거의 관례
였음을 강조한다"고 나름의 대처방안을 밝혔다.

대규모 해외 건설공사를 수주해 유명해진 D그룹 관계자는 "외국에선 국빈
대접을 받는 총수가 검찰청사 앞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을 보니 착잡
하다"며 "해외영업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이미지를 관리
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우그룹 직원분주 <>.대우그룹은 폴란드에 출장중인 김우중회장이 12일
출두키로 했다는 검찰의 발표가 나오자 현지에 연락해 항공편을 확인하는등
부산해 하면서도 적지않이 안도하는 분위기.

특히 회장비서실 직원들은 김회장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2시45분이어서 공항도착 즉시 검찰청으로 직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김회장이
기내에서 그동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비자금 파문과 관련해 수집된
일체의 정보를 현지에 보내주는 등 사전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대우관계자는 "김회장이 12일 검찰에 출두키로함으로써 조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나간게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김회장이 출장목적을 거의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

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폴란드 FSO사 인수문제에 대해서는 "현지 정부와
협의가 거의 마무리돼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은 상태"라고 밝히고
"당초에는 서명까지 끝낸뒤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비자금과 관련된 조사부터
빨리 매듭짓는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귀국하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부연.

<>.롯데그룹은 신격호회장이 12일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전해지자 그동안
나돌았던 갖가지 억측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역시 크게 안도하는 모습.

그동안 신회장의 귀국이 늦어지자 검찰과 재계주변에서는 "지병인 신경통이
악화됐다" "롯데가 노태우 전대통령과도 친한 관계였다"는등의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었다.

롯데고위관계자는 신회장의 출두가 늦어진 것은 단지 "일본에서의 일이
끝나지 않았던 때문이며 지난번 관광의날 시상식에 참여했을때 아주
정정했듯이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는 6공시절 잠실 롯데월드부지를 비업무용부지로 판정받아 장기간
법적인 대응을 해온 점등을 들어 "특혜"와 무관한 "피해기업"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

< 심상민기자 >

<>.미원그룹은 6공시절 별다른 혜택을 받은 일이 없는데다 신규사업들중
특별한게 없어 임창욱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정치헌금 납부와 관련된
의례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기대.

미원그룹은 그러나 호남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노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문제와는 별도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총재에 대한 정치자금제공여부
에 대해 조사가 집중되고 그로인해 엉뚱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편 11일 오전 검찰에 출두한 최종현선경그룹회장은 웃음을 띤 얼굴로
취재진들을 대하는등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

최회장은 소문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입장에 대해선 "검찰의 요청에 따라 나왔으며 검찰조사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힐 것"이라고 자신있게 설명.

최회장을 수행한 선경그룹관계자들은 "최회장이 검찰의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한만큼 검찰조사에서 시중에 나돌고 있는 갖가지 소문이
낭설로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

선경관계자들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행여 검찰의 조사시간이 다른 그룹들
에 비해 길어져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적지 않이 우려하는 모습.

<>.동부그룹은 10일 같이 들어간 다른그룹회장들이 모두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도 유독 김준기회장만 24시간이 넘도록 계속 조사를 받자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검찰청사주변에서 김회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동부관계자들은 철야대기
탓인지 대단히 피곤해하면서도 취재진들을 붙잡고 "김회장에 대한 검찰조사
내용이나 관련소문을 들은게 있느냐"며 김회장관련 정보수집에 열중하는
모습.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