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태풍을 몰고온 이번 비자금 파문과 관련, 대우는 일찌감치부터
태풍권의 중심에 들어가 있었다.

대우에 대해 처음 소문이 나돌게 된 것은 박계동의원이 비자금통장을
폭로한 직후인 지난달 21일 김우중회장이 사전예고 없이 미국으로 출국
하면서부터.

그러나 이때만해도 소문의 내용은 "김회장이 원전건설과 관련해
노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것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비자금의
실명전환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원전건설은 이미 김회장이 사면받은 사안이어서 소문의 신빙성이
약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이현우씨가 검찰에 처음 출두한 후인 23일 저녁에는 "김회장이
비자금파문과 연루돼 급거 귀국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 역시 김회장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근거없는 것으로 끝났다.

김회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이종찬의원(국민회의)이 동화은행에
잠겨있는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폭로하면서부터였다.

그가 인용한 것은 증권가에서 나온 정보지였는데 이 정보지에는 김우중
회장의 연루사실도 포함돼 있었던 것.

이에 따르면 지난 93년10월 정태수한보회장이 동화은행 본점영업부에서
실명전환한 6백50억원이 다시 동양투금의 어음관리계좌로 들어갔으며 이
계좌가 김우중회장의 계좌였다는 것이다.

김회장에 대한 소문은 그가 당초 2일 귀국하려던 예정을 갑자기 변경, 1일
저녁 폴란드로 향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 전날인 31일 저녁 "검찰이 김회장의 비자금 실명전환을 확인중"이라는
설이 돈 상황에서 김회장이 일정변경함으로써 그 설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결국은 2일 저녁 검찰쪽에서 김회장의 혐의내용을 흘림으로써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설마가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