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세군다 이노바시온(제2의 혁신)-.

멕시코 서부 미접경지역의 멕시칼리공단에 자리잡은 LG전자 TV공장
곳곳에선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끈다.

연간 1백10만대의 컬러TV와 TVTR(TV.VTR복합제품)를 쏟아내고 있는
이 공장의 "신생산혁명" 의지가 함축돼 있는 격문이다.

LG 멕시칼리공장이 꿈꾸는 "이노바시온"은 현지화 경영이라는 "총론"과
효율을 중시한 라인 재구축이라는 "각론"이 한데 어우러져 추진되고 있다.

추진축은 종업원들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특A활동".

특A활동이 중점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혁신작업은 생산라인의 재구축이다.

최근 본격 적용되고 있는 "베르사틸(Versatil:"유연하다"는 스페인어)
라인 시스템"이 그 신호탄이다.

신라인의 실험무대는 TV의 핵심 부품인 PCB(인쇄회로기판) 생산라인이다.

종래 U자형으로 75m에 달했던 라인을 I자형으로 바꿔 길이를 45m로
줄인데서부터 시작된 이 "혁신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인당 작업자수가 57명에서 45명으로 줄어든 반면 시간당 생산량은
85개에서 1백35개로 무려 60%나 늘어난 것.

"베르사틸 라인 시스템은 전적으로 현지 종업원들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도입됐다. 요즘은 PCB뿐 아니라 대부분 완제품 조립라인에까지 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강승원생산담당 부법인장).

이 공장이 이같은 생산실험을 단행한 것은 지난 2월 "특A활동"을 본격
가동하면서부터.

특A활동에 참여한 현지 종업원들은 기존의 U자형 라인으로는 시간 낭비가
크다는 문제점에 우선 착안했다.

라인에서는 4가지의 각종 부품조립 공정을 거치게 돼있었다.

때문에 어느 한 공정에서 작업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나머지 공정이
모두 대기상태에 들어가야 했다.

이른바 "보틀넥"이 걸리면 라인이 꼼짝없이 올스톱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현재의 베르사틸 라인
시스템이다.

새 시스템의 핵심은 각 작업자들의 다기능화.

각각의 종업원들로 하여금 인접 공정에 관한 기능을 두루 익히게 해
순발력있게 작업에 임하도록 조처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을 믿고 종합 공정을 맡겼더니
의외로 잘들 적응했다.

우리는 새 라인시스템을 "옵티미스타"(문어)라고 부른다. 하나의 라인에서
TV도 조립되고 VTR도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베가 마르티네스 특A팀장).

"베르사틸"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었던 데는 이 공장의 과감한 현지화
운영방식이 단단히 한몫했다.

새 시스템에 종업원들을 적응시키기 위해선 교육이 무엇보다도 필수
요건인데, 교육 자체를 현지 종업원들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한 것.

"전엔 한국 사람들이 라인교육을 맡았으나 전달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는 현지 핵심멤버들을 우선 집중
교육시킨뒤 현지인 라인작업자들에 대한 전달교육을 이들에게 일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윤익수관리담당 부법인장).

새 시스템이 "성공적"이었음은 라인작업자들의 반응에서도 직접 확인된다.

올해로 5년째 LG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리베라 콘셉시온양(23)은
"우리공장의 근로자들은 70%이상이 고졸이하의 저학력자다.

공장측은 이런 점을 배려해 그림 설명방식을 도입했다.

어려운 글을 읽지 않고도 누구든 쉽게 새 시스템을 따라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한다.

철저한 현지화경영이 뒷받침하고 있는 생산라인의 혁신-.

LG전자 멕시칼리공장이 일궈가고 있는 "라 가나도라(승리자)"의 꿈은
하나씩 영글어가고 있다.

[멕시칼리=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