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사용처규명과 관련, 지난92년 대선때 여야후보들
에 대한 노전대통령의 자금지원여부및 그 내역 공개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이 비자금문제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노전대통령의 대선자금지원
내역 공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에서도 특히 민주당은
민자당과 국민회의 양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어 비자금파문에 이은 제2의 파문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자금공개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여권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문제에 관한한 노전대통령과 한배를 타고 있다고 볼수있는 여권이 공개를
통한 "정면돌파"에 나설수도 있다는 뜻을 잇달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정계개편론과 맥이 닿는 측면이 많기 때문
이다.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는 "92년 대선때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이 아닌 당차원에서 받아 지역으로 내려보낸
것이며 지원규모도 많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자당의 손학규대변인은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해명하고 사과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진상을 밝힌후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대선자금은 야당에도 여당과 같은 수준으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혀 야권도 사정권안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철총무도 "김영삼대통령이 노전대통령에게 받은 선거자금도
야권으로 간 금액과 큰차이가 없는것 같다"며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
관련설을 흘리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물론 김총재의 관련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총무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의원은 "당시
김총재의 선거자금은 모두 내가 관리했다"며 "단10원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현재 공식적인 정면대응을 삼가고 있다.

당사자인 김총재가 현재 중국을 방문중인 탓도 있겠지만 지난21일 광주에서
김총재가 "지난대선때 김대통령은 최소한 1조원이상의 자금을 썼다"고
밝힌데 이어 22일 박지원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시 민자당 몇몇 지구당
위원장들이 수십원씩의 자금을 썼다는 사례를 갖고 있다"고 엄호사격을
했던 것에 비추면 한발 물러선듯한 자세다.

더욱이 류준상지도위원이 25일 민주당의 이총무와 강창성의원을 만나
대선자금문제와 관해 김총재관련부분 언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정황에도 불구, 현재까지는 정치권에서 대선자금지원문제가 공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전대통령뿐만아니라 양김씨를 포함한 여야가 모두 "공멸"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연희동측은 대선자금 지원내역 공개도 불사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이 확정적인지 엄포용인지는 아주 불분명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선자금공개문제가 양김씨를 포함, 여야를 모두 ''공멸''의 위기로 몰아
넣을 제2의 파문으로 귀결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