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은행에서 돈세탁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나
돈세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의 도입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연말 "자금세정규제법"을 만들어 국회재경위에
제출해 놓고 있다.

이법안에서 민주당은 탈세 밀수 조직범죄 뇌물 마약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자금세탁을 한 자는 3년이상의 징역이나 5천만원이상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또 3천만원이상 현금거래내역은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경실련등 시민단체들도 이런 돈세탁을 규제할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대부분 돈세탁을 방지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돈세탁금지법을 별도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
이다.

재정경제원은 "금융실명제가 가장 훌륭한 돈세탁방지법"(강만수 세제실장)
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 실명제이전에는 가명계좌를 이용해서 쉽게 돈세탁을 했으나 이제는
어렵다는 얘기다.

또 탈세 밀수 조직범죄 마약등 불법행위를 하고 이자금을 돈세탁을 하다
불법행위가 발각되면 불법행위자는 각각의 형법에 따라 처벌된다.

돈세탁을 도와준 금융기관직원은 방조범이 돼 처벌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금세탁행위 자체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세탁은 대부분 불법행위
와 연관되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처벌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금융기관직원이 연루될 경우 자금세탁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
도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금융기관내부통제업무취급요령"과 "금융사고예방을 위한 지침"에는
자금세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금세탁에 관여한 금융기관직원에 대해선 감봉이상의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게 돼있다.

형사입건은 불가능하지만 행정조치를 통해 문책을 할수 있게 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차단장치가 있는데도 이번 노씨의 경우처럼 버젓이
수표바꿔치기 수표쪼개기등의 방법을 통해 돈세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행 법규로는 돈세탁행위자체에 대해서는 은감원의 행정처분은 가능
하지만 형법상의 처벌은 없다는 맹점이 있다.

또 돈세탁과 관련없이 형법상 방조범으로으로 처벌이 가능하다지만 그것은
마약 밀수 뇌물등 해당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여기다 실명제가 훌륭한 돈세탁방지장치지만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표쪼개기
수표바꾸기등을 하는 경우는 실명제로도 막을 도리가 없는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자금세탁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
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형법상의 불벌행위를 사전에 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경로로든
자금세탁을 부탁하는 사람과 이를 받아준 금융기관직원을 동시에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자금사건을 수사했던 함승희 변호사는 지난93년 ''미국의 돈세탁 실태와
규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돈세탁행위 자체를 범죄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며 금융기관은 돈세탁행위를 포착할 경우 관련자료를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 안상욱/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