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촉각을 느끼며 작동하는 로봇시스템이 국내에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기전부 로보트응용및 유공압 연구그룹 박종오
박사팀은 최근 수도꼭지 연마공정을 자동화한 촉각인식 로봇시스템을 개발
했다.

이기술을 이전받은 유진금속은 최근 경기도 화성공장에 이시스템을 설치,
가동에 들어갔다.

시각센서를 이용한 로봇시스템은 많이 나와 있으나 촉각센서가 부착된
로봇시스템이 산업현장에 쓰이기는 선진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연필을 처음 잡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글씨를 가르치면 어린이가 이를
기억해 나중에는 스스로 글씨를 쓸수 있게 되지요"

이같은 원리를 로봇에 적용해 개발한 촉각인식 로봇시스템은 현장 작업자가
촉각센서가 달린 로봇의 손을 쥐고 실제 작업하듯이 움직이기만 하면 자동
으로 가공프로그램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박박사는 "사람의 손이 가하는 힘을 로봇이 인식해 그에 따라 동작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로봇은 작성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대상물을 가공한다.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작업자도 다양한 형태의 복잡한 형상물에 대해 쉽게
자동 가공프로그램을 작성할수 있는게 이 시스템의 장점.

기존에는 로봇에 동작을 지시하려면 전문가가 일일이 프로그램를 작성해야
했다.

때문에 복잡한 형상물의 가공공정을 자동화 할때에는 로봇의 동작경로
또한 복잡해 프로그램을 짜는게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애로가 컸다.

촉각인식 로봇시스템 개발은 "로봇은 현장중심의 연구를 통해 개발해야
한다"는 박박사의 지론에서 비롯됐다.

박박사가 이같은 생각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다니던중 3년전 모 중소
기업으로부터 수도꼭지 연마공정 자동화용 프로그램을 손쉽게 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곧바로 연구에 착수, 촉각인식기능이 있는 로봇을 이용, 복잡한 형상물을
가공하는 기초기술을 1년만에 개발했다.

그러나 당초 이연구를 의뢰한 기업이 산업화를 주저하면서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그러던중 유진금속이 이 기술을 실용화하겠다고 나섰다.

유진금속의 수도꼭지 생산라인에 이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신뢰성 테스트등
각종 현장연구가 이어졌다.

강효식 문용모연구원등이 참여했다.

박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로봇이 처한 상황을 사람이 인식해
로봇을 원격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