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의"파워하우스"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반도체시장
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면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보다 뒤져있지만 빠른경제성장을 엔진
으로 삼아 첨단기술을 향해 고속질주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 반도체시장 성장률은 47.8%(세계반도체무역통계)이며
94년부터 98년까지 평균 27.4%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기간중 전세계 연평균 신장률 23%를 4.4%포인트나 상회하는 고성장이다.

아시아는 내년에 전세계반도체의 절반 가까운 양(43%)을 만들어내면서
북미(29%)와 일본(24%)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2년생산점유율 24%로 3위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가운데 한국과 대만이 아시아의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가는 쌍두마차.

미국,일본에 이어 반도체 생산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지난해
반도체매출은 93년대비 61.7% 증가한 85억8백만달러.

올해에는 1백20억4천2백만달러로 올라서면서 41.5%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4%에서 올해는 8.5%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비해 대만은 지난해 매출 26억7천만달러(대만공업기술원)에
시장점유율 2.5%로 미국,일본,한국,독일,영국에 이어 6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증가율로 보면 전년대비 85.4%의 높은 성적을 올렸다.

이런 고성장의 비결은 생산의 "효율성"과 "유연성"에 있다.

업체의 개별경영에서 행정까지 국가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특징이 빚어낸 결과이다.

TI에이서,모젤바이텔릭등 대부분의 업체들은 민.관 일체의 D램생산체제를
이루고 있다.

반도체의 미.일의존도가 과도해서 현재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PC산업
까지 악영향을 미치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속에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데 국가전체가 진력하는 덕분이다.

대기업 주도의 한국과 달리 대만의 반도체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대만정부는 오는 2000년 세계 점유율 10%를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이어 반도체산업의 다크호스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미끼로 세계 유수 반도체업체들의 첨단기술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의 화정전자집단은 미AT&T로부터 반도체 웨이퍼에 0.9미크론
선폭으로 회로를 새기는 미세가공기술을 도입,2년내에 웨이퍼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NEC도 최근 북경에 합작회사 수강일전전자를 설립했다.

NEC는 이 회사에 0.8미크론 선폭의 미세가공기술을 이전,D램의 생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밖에 프랑스 알카텔은 상해패령미전자제조에,후지쓰는 화월미전자
유한공사에 각각 미세가공기술과 집적회로(IC)기술을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대중진출러시는 중국 반도체시장의 성장 잠재성에서 비롯된다.

지난 93년 아시아지역 총 반도체수요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9%.
그러나 98년에는 15%(약70억달러)로 대만에 이어 2위로 부상할 전망
(미데이터퀘스트)이다.

특히 앞으로 반도체시장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은
값싸고 풍부한 중국의 노동력을 살려 중국을 아시아 반도체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아래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확대라는 선진반도체업계의 전략과 자국의 산업육성이라는
아시아각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측은 새로운 공생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공생관계가 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보장하는
보증수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