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양극화현상이 하반기에도 계속되거나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경기호황이 일부산업에 집중된 가운데 경기하강국면도 예상
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약세까지
가세할 경우 우리경제는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그로인해 전반 경기
가 급속 냉각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있다.

재경원의 이석채차관은 경제가 97년중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수도
있다는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특히 통상산업부가 31일 발표한 "최근의 산업동향과 하반기전망"자
료는 지난 상반기중 세계수요증대및 엔화강세등으로 전반적인 경기가
호황을 지속하면서도 경공업은 짙은 그늘에 싸여 양극화현상이 극명
했으나 하반기에도 이같은 현상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생산이 부진했던 대표적 업종은 신발과 섬유의복등 경공업이
었다.

신발은 상반기중 생산이 16.1%나 줄었고 섬유의복은 4.9%증가하는데
그쳤다.

하반기들어서도 이들 업종의 생산부진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하반기초입인 7월 신발(가죽
포함)생산은 전년동기대비 18.1%감소했고 섬유는 4.1% 줄었다.

이들업종은 소비자들이 값비싼 외국브랜드를 선호하고 중국등 개도
국에서 저가제품이 밀려들어와 내수가 극히 부진,침체의 늪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섬유의복의 경우 중국의 긴축정책, 중남미지역의 관세인상등으로
수출에 애로를 겪고있다.

직물은 경기불황에 따라 판매부진이 예상되고 섬유제품과 방적사부
문도 내수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 조선 반도체등 중공업의 세계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가격경쟁력도 유지되고있어 상반기의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중 이들 업종생산증가율은 반도체가 40.5%,조선 20.7%,산업용
전자18.1%,석유화학 12.7% 등으로 전망됐다.

경기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경공업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중소기업이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할때 전업이나 인력
의 재활용등을 강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수출이나 내수면에서 부진한 이들 업종을 당장 호황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순조로운 업종전환등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반해 경공업의 침체를 자연스런 구조조정과정이라기보다는 전반적
인 경쟁력약화로 인한 총체적불황으로 인식,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하는쪽도 적지않다.

이와관련,정부가 마련중인 중소사업자를 위한 특별법에중소기업의 어려
운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담겨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등에서 이점을 고려해가며 특별법안을 다듬어가고
있으나 당초 알려진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을 위한 폭넓은 금융및 세제지원
은 배제되고 종업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쪽으로 무게의 중심이 옮겨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화학공업은 상반기의 호조세를 이어갈수 있으나 엔화약세가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어 경기연착륙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통산부의 오강현산업정책국장은"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엔화약세현상이
장기화되거나 보다 가속화될 경우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조선을 예로 들경우 만약 "1달러=1백엔=7백70원"수준에서는 한일간 가
격경쟁력격차가 없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일본의 자체적인 프리미엄을 감안할때 이정도의 환율구조하에서도
우리나라 국내조선산업의 대일수주경쟁력이 떨어질수있다는 분석(조선공업
협회)도 나오고 있다.

경제의 보다 균형적인 발전과 탄탄한 내부구조구축을 위해서는 2년이상
지속된 경기호황에서 제외된 경공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인 도
움이 돌아갈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와 엔화약세대책이 시급히 다루어져야 한
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