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임원들이 정보통신부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요즘
"통신노이로제"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그룹의 비서실임원은 그룹이 정부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에 참여키로
결정된 이후 10여개 조간신문에서 통신관련기사를 읽는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룹관련기사 정도만 챙겼으나 최근에는 잘알지도
못하는 PCS TRS같은 어려운 통신용어를 읽느라고 머리가 다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는 학원에 가서 정보통신분야 공부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들려줬다.

기업체 임원들의 이같은 괴로움(?)은 최근들어 기업들이 앞다퉈 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기업오너들은 정보통신산업을 21세기 최대 유망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기업이 정보통신산업에 진출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장래가 걸려있다고 생각하는것 같다.

그들은 업무차 외국에 나가거나 국내에서 식자를 만나 정보통신이
미래유망성장산업의 "0"순위라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그같은 생각을 다지고
임원들에게 사업진출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30대 대기업그룹군에 속하는 기업들은 금번에 PCS나 국제전화
TRS같은 통신사업에 참여하지 못할경우 2000년초 재계순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때문에 신규통신사업 참여를 표명한 기업오너들은 24시간 추진상황을
체크하고 관련임원들을 다그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말고 일단 사업권을 따고 봐라는
식으로 임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서실임원들이 친구나 언론사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금번 사업자선정에서
떨어지면 목이 짤릴거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있는 것도 그룹내 이같은
형편을 반영한 때문이라고 할수있다.

이런사정으로 비서실임원들은 요즘 딴생각을 하다가도 통신사업자선정에
대한얘기만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경쟁사는 물론 정보통신부내의
정보수집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지난번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때는 1천여개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사업권쟁탈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업자 허가대상이 제2이통때보다 훨씬 많아 그때보다
더많은 기업들이 신규통신사업자 선정대열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임원들은 이래저래 사업자선정이 끝날때까지 "통신노이로제"
현상에 시달릴수 밖에 없고 선정결과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형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