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실시된뒤 누구나 한번은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가서
기존의 통장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해주어야만 한다.

바로 실명확인 절차다.

실명확인을 하지 않았다 해서 처벌받는 것은 없다.

하지만 실명확인을 않으면 그통장으로는 돈을 넣거나 빼 쓸수 없다.

한데 실명제가 실시된지 2년이 되도록 아직 실명확인을 않은 금융자산이
지난6월말현재 9조1천억원이나 된다.

계좌수로는 2천6백만계좌이다.

비율로 치면 금액으론 3.1%,계좌론 16.9%가 아직 실명확인을 않고있다.

이 돈이 어떤 돈일까.

최근에 거액비자금설이 나오면서 이 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명확인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까봐 두려워 아직 실명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돈들이 여기에 들어있지 않겠느냐는 점에서다.

상당수가 차명이 아니냐는 의혹인 셈이다.

물론 이 계좌가 가명계좌는 아니다.

분명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갖춘 실명계좌다.

다만 확인절차만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

재정경제원은 그 내역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실명확인이
필요없는장기 정기예금이나 보험계좌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기예금 같은 경우 만기에 돈을 찾을 때 실명을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은행에 가서 실명을 확인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자동이체되는 정기적금 <>선납보험료<>자동이체되는 정기보험등도
돈을 찾는 만기때가 첫거래가 되기 때문에 그때가서 실명을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9조1천억원이나 되는 돈이 장기상품 계좌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일부는 실명확인을 하기가 껄끄러운 비밀스런 돈일수도 있다는얘기다.

다른 사람과 짜고 타인의 이름을 쓰고 있는 차명계좌라는 말이다.

바로 정치인의 비자금이나 고위공직자가 받은 뇌물자금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도명계좌가 있을수도 있다.

금융기관이 자금관리차원에서 남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구해서
계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명의자 자신은 자신의 계좌가 있는지를
아예 모를 수도 있다.

이밖에 소액의 휴면계좌가 상당수 섞여있을 수도 있다.

금액이 작아 주인이계좌가 폐쇠된 줄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좌당 평균금액이 35만원인 것을 보면 이중 일부는 장기
휴면계좌일 가능성이 있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