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제화의 첨병 정영우과장(36.새한종합금융 국제금융부).

그는 일년중 서너 달을 해외에 나가 사는 역외금융(Offshore Finance)
분야의 베테랑이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역외금융이란 말그대로 해외(Offshore)에서
돈을 빌려 현지에서 빌려주고 차익을 챙기는 국제금융 마케팅.

정과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 건 지난 91년4월 국제금융부로 발령나면서부터.

"발령후 동남아로 해외 첫 출장을 갔었는데 후진적이라 예상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금융제도나 기관들이 예상과 달리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금융기관들이 개방적이라고 해서 정과장이 비즈니스
를 하는 데도 호락호락 응해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문화적인 차이가 부닥치는 큰 벽이었다.

대부분이 불교 또는 이슬람문화권인 동남아 사람들은 협상초기 "신경쓰지
마세요. 곧 계약이 성사될꺼예요"라고 말해놓고 마냥 기다리게 하는
일종의 "만만디"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또 상류층은 술을 잘 안마시는 대신 골프등 고상한 취미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맺는 것도 꽤 까다롭다고 정과장은
털어놨다.

"역외금융을 하면서 국제 비즈니스의 3가지 기본요건은 첫째 완벽한
영어구사, 둘째 타수를 조절할 수 있는 골프실력,셋째 음주조절능력이란
점을 깨달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정과장은 역외금융의 개척자라는 자부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등에서 2천만-5천만달러 짜리 대출건을 주선하면서
한국 금융기관의 신인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역외금융이라는 미개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도 국제자금시장 동향을 부처님 손바닥 보듯이 꽤뚫고 있기 때문.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위에 밤새 각국의 친구들로부터 보내온 자금동향에
관한 팩시밀리가 수북히 쌓여있지요. 또 오후에는 이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금융기관과 기업체가 돈이 필요한지를 항상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정보력과 함께 속전속결의 결재 시스템을 갖춘 종합금융사들이
국내은행보다 한 발 앞서 외국 금융기관과 경쟁하며 선점했던 동남아
금융시장도요즘엔 경쟁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남미시장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급부상한 동남아권에서 일본과
미의 금융기관은 물론 우리나라의 은행들도 대규모 물량공세를 펴는
바람에 이익이점차 줄어 시장다변화가 급선무입니다"

해외에서 반토박이로 변신, 활동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금융세계화를
이끄는 신세대 금융인이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