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서화나 골동품 등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아닌
종합소득세를 물리고 화랑 등의 거래명세서 제출의무를 면제키로 함으로써
미술품 양도차익과세는 사실상 형식만 남게 됐다.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명분은 살아 있으나 과세요건과 강도가 크게
약해졌다는 점에서다.

이번 조치는 양도차익자의 세부담을 대폭 낮추고 거래실태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줌으로써 과세연기주장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도차익과세를 6개월여 앞두고 한국미술협회 화랑협회 등 관련단체의 과세
연기주장이 거세지고 민자당 등 정치권도 동조하는 양상을 보여 불가피하게
과세형식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술품양도차익과세가 명분은 좋으나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현실을 택했다고도 볼수 있다.

그러나 ''자진신고'' 형식의 종합소득세로 골격이 바뀌어 압력에 밀린 결과로
해석하는게 중론이다.

종합소득세로도 과세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내용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화랑 등 미술품의 매매/중개업자에 대해 거래명세서 제출의무를 면제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거래실태는 물론 거래가격 등도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과세 자체보다는 거래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더 우려하는 미술계 의견을
받아들여 과세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의도이긴 하나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미술품거래를 양성화하자는 과세취지와는 앞뒤가 안맞는 결론
이기도 하다.

특히 양도차익의 존재여부가 양도차익자 ''자진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있어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거래명세도 제출되지 않고 양도차익자의 불성실신고가 겹쳐질 경우 과세
누락을 시정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불성실신고를 잡아내기 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뒤따르지 않는한 재경원
의 과세방침이 ''사문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이번 조치로 과세체계가 왜곡되게 된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양도차익은 별도의 세원으로 인정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소득발생원천을 따지지 않고 모두 묶어 소득세를 부과하는 미국 등의
''포괄주의''와는 체계 자체가 다르게 돼 있다.

한데 정부는 미술품양도차익만 떼어내 종합소득에 붙이는 ''새로운 조세
논리''를 택했다.

조세논리 자체의 일관성마저 저해했다는 얘기다.

두번 연기된 미술품 양도차익과세를 또다시 미루지 않기 위해 짜낸 ''묘안''
은 그래서 억지가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이제 종합소득세라도 제대로 걷을 수 있도록 보완하는게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