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사와의 합작으로 뛰어들기로 한 쌍용그룹의 승용차 사업에 "브레이크"
가 걸렸다.

사우디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사가 "쌍용승용차" 발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자동차와 전혀 연관이 없는 아람코사가 쌍용의 승용차사업에 "복병"으로
나타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쌍용자동차가 승용차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향후 2~3년동안 3조~4조원가량
의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쌍용자동차는 현재 자본잠식상태다.

대규모증자까지 필요한 형편이다.

때문에 쌍용자동차에 대한 증자등 투자자금은 그룹내 다른 계열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중에서도 쌍용양회와 쌍용정유, 그중에서도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쌍용정유(94년 순익 1천1백26억원)가 떠맡을수 밖에 없는 게 쌍용그룹의 사정
이다.

현재도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가 쌍용정유(12.2 4%)로 돼 있다.

그런데 쌍용정유의 최대주주가 바로 아람코사다.

지분이 35%나 된다.

이에반해 쌍용양회 지분은 28.4%에 불과하다.

아람코가 쌍용정유의 "메이저"라면 쌍용양회는 "마이너"이다.

쌍용정유는 아람코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수없다는 얘기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추가출자문제도 마찬가지다.

쌍용그룹의 승용차 사업에 사우디의 석유회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이같은 상황때문이다.

그래서 쌍용그룹측은 아람코에 김덕환종합조정실장을 파견했다.

그룹의 승용차시장진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쌍용그룹의 "간절한 요청"에 아람코측은 "난색을 표명"했다.

"말이 난색이지 노(NO)나 마찬가지였다"(쌍용자동차 K씨) 아람코사가
거부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있으나 최근국제원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이전투구가 벌어질 한국에서의 승용차 사업전망을
불투명하게 봤기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렇게해서 쌍용의 승용차 사업은 일단 아람코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쌍용은 그룹의 총력체제로 추진중인 자동차사업을 이제와서 포기
할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아람코를 제쳐두고 쌍용양회와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자니 너무 벅찬 일임에 틀림없다.

말그대로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할수 있다.

사실 쌍용측은 아람코가 승용차사업 참여에 반대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을
예전부터 염두에 둬왔다.

그러나 벤츠와의 협상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람코에 의사타진
을 할수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때문에 쌍용은 벤츠와의 협상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협상은 2년여를 끌어온 끝에 벤츠측의 지분을 현재 5%에서 50%수준으로
확대해주기로 거의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 생산에 따른 기술이전을 비롯해 아시아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위한
공동전략방안 이윤분배 사안까지 합의수준에 도달했다는게 그룹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쌍용측의 움직임을 보면 벤츠와의 협상이 끝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남 마산시 율구만을 매립해 80만평의 승용차
전용공장을 세운다는 것.

기존 대구 달성 구지공단은 내륙지역이어서 승용차 수송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으로 인해 승용차생산 주력후보지로는 아무래도 적합치 않다는 판단
에서다.

이런 이유로 마산에 수출전용부두를 갖춘 매립공장을 건설하게 되면 율구만
매립지는 승용차 전용생산공장으로, 대구 구지공단은 부품단지및 자동차주행
시험장, 기존 송탄공장은 자동차 종합공장으로 각각 특화할수 있다는 계획
이다.

그러나 벤츠와의 협상이 끝나고 이같은 승용차사업에 대한 원대한 구상을
가시화하려는 참에 아람코의 "투자 불가"에 부닥친 것이다.

이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20일 김석준회장주재로 사장단회의와 수뇌부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도 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계열사사장은 "아람코를 다시 설득하자는 것외에 설득이
안될 경우의 대안은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람코를 다시 설득할수 있느냐 없느냐가 승용차사업에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설득이 돼더라도 빨리 돼야한다.

삼성의 승용차생산과 국내 자동차시장개방등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을 피하려면 당초 계획대로 늦어도 97년말께는 승용차를 선보여야
한다.

아람코 설득작업이 늦으면 늦을수록 쌍용측에 불리한 건 불문가지.

쌍용의 승용차사업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 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