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중공업과 중소용접업체들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중소용접기 메이커들은 대기업인 한라중공업이 국산품을 외면하고 외국산
만을 대량 구매하고 있는것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한라중공업이 목포 삼호조선소를 건설하면서 작년 하반기와
올상반기중 2차례에 걸쳐 용접기 2천대(30억원상당)를 스웨덴 업체로부터
구입한데서 시작됐다.

용접조합은 한라가 공개입찰조차 하지않고 일방적으로 스웨덴제품을
구매한 것과 관련, 지난 4월 최백규이사장(조흥전기대표)명의로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 국산용접기를 구매해 줄것을 촉구했다.

최사장은 항의서를 통해 그동안 국산제품들이 별다른 하자없이 사용돼
왔는데 갑자기 외국산으로 바꾼 경위와 국내업체들에게 기회조차 주지않고
외국업체와 계약을 맺은것에 대한 경위설명을 요구했다.

조합측은 한라중공업이 명확한 답변을 주지않자 이달말께 업계대표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내 외국산 제품의 선정경위에 대해 따질 계획이다.

"용접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됐고 올들어 외국산이 밀려와
용접업체들은 설땅을 잃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이 국산을 외면, 중소업체들은 존폐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유로선 용접조합전무는 자동차 조선등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의
경쟁력이 용접기술에 달려있는데 대기업들이 안이하게 외국산을 구입하는
것은 국가경제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대기업들이 무조건 외제가 좋다는 선입관에서 국내업체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않고 외국제품의 국내시장 공략을 앞장서 지원하고 있는것은
문제라고 강조한다.

한라중공업은 총2천대의 용접기를 발주하면서 국산제품을 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게 중소업체들의 주장이다.

스웨덴 에셉사와는 계약을 해놓고 국내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마지못해
국산제품들을 성능테스트 하고나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조흥전기 한국용접공업등 7개업체들은 수개월간에 걸쳐 새제품을 개발,
성능테스트를 의뢰했으나 한라중공업은 수개월째 답변을 미루다가 이달 중순
불합격을 통보했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고 왜 부적격인지는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한라중공업이 2천대중 겨우 75대를 성동산업에 물량을 주었으나
그나마 이회사는 현대의 계열사라고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반발에 대해 한라중공업은 에셉사에 용접기를 발주한 것은 제품의
성능과 질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삼호조선소에 설치되는 용접기는 최첨단 다용도 용접기로
국내에는 아직 본격 생산이 되지않으며 업체들이 내놓은 시제품은 성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라중공업은 국내 용접산업의 발전과 중소업체들을 보호하기위해
앞으로 추가로 발주되는 1천대는 국산으로 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라중공업의 오동원차장은 이와관련, "국내업체들로 성능개선에 주력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