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인터내셔날의 정진구사장은 신용으로 재기에 성공한 기업인이다.

지난해 8월 15년간 일궈왔던 삼정봉제플랜트사를 폐업했던 정사장은 11월
삼정인터내셔날을 재창업,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이달초 뉴욕 맨하탄가에 30만달러를 들여 현지법인과 300평규모의 매장을
개설, 재봉기 아이롱등을 전시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봉제기기 수출실적도 꽤 올렸다.

지난달 루마니아에 국산 재봉기 93만달러어치, 탄자니아에 62만달러, 이달
5일에는 수단에 1차분 14만달러를 선적했다.

국산봉제기기가 오지에 처음 나간 것이다.

6개월만에 미국 대만중국 방글라데시 과테말라등에 배큠테이블 아이롱등을
모두 700만달러를 내보냈다.

연말까지 1,000만달러를 돌파할 전망이어서 내년께는 90년대초 수출절정기
수준인 2,000만달러도 내다볼수 있게 됐다.

탄탄대로를 걷던 삼정은 92년 하반기부터 내리막길로 향했다.

당시 설립한베트남현지공장의 수출품에 클레임이 잇따르면서 경영난이
가속화됐다.

지난해 부채가 불어나면서 더이상 공장을 돌릴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30여년간 이분야에 종사해오면서 모았던 재산을 죄다 날릴 판이었다.

주위에선 재산을 적당히 챙겨 부도를 내고 도피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그러나 정사장은 가족회의끝에 평생 숨어살기보다 부채를 청산하고 원점
에서 다시 시작키로 결정했다.

집 건물 골동품과 아끼던 란까지 처분해 채무를 갚으니 당장 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세상인심은 "망하면 등돌린다"는 말대로만은 아니었다.

이전 거래처들에서 어려운 사정을 알고 1억원을 마련, 월세방과 사무실을
얻어주며 "당신아니면 누가 국산봉제기기를 외국에 팔수 있느냐"는 말로
용기를 북돋웠다.

미국 대만홍콩등 기존 수입선들도 땀흘리며 다시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변함없이 오더를 주었다.

그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비즈니스는 곧 신용입니다. 제조든 판매든 전문화해야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수출전문꾼으로서 물건 많이 팔아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려 합니다"

정사장의 주먹에는 힘이 들어있었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