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아산만 철강공단내 열연공장의 1단계준공(23일)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핫코일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상대인 포철제품
보다 값을 낮게 책정해야하나 그럴경우 이익을 내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보철강 열연공장은 전기로로 고철을 녹인뒤 박슬라브캐스터에 걸어
압연하는 국내최초의 미니밀방식.

고로를 놓아 그 쇳물로 핫코일을 생산하는 기존방식보다 투자비는 적게
드나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순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보철강에서 나오는 핫코일의 가격은 고로
업체인 포철제품보다 낮아야 한다.

그러나 원자재인 고철의 가격이 크게 올라 포철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
서는 수지균형을 맞출 수없다는데 한보철강의 고민이 있다.

현재 고철의 수입가격은 t당 1백85달러선.

한보철강이 원가구조를 밝히지 않고있어 수지균형점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단순기술제품인 철근의 제조원가가 3백30~3백40달러선인
점으로 보아 최소한 3백50달러는 넘는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비해 포철의 국내판매가격은 로컬가격기준으로 t당 3백50달러.

투자비로 보전키 위해서는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더 비싸게 팔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한보는 판로확보를 위해 수출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또 핫코일의 공급이 달리고 있어 국내에서도 수입품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수요처를 확보할 수있다는 판단아래 핫코일의 최대수요업체인
강관메이커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한보가 아직 구체적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으나 4백달러를 약간
밑도는 선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한보는 지금은 초기단계여서 가격에 반영되는 감가상각이 많으나 어느정도
감가상각이 이루어지고 나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중인 직접환원철(DRI)공장이 완공돼 고철을 대체하게되면 제조원가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그러나 포철이 광양제철소내에 고로1기를 증설하고나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있다고 지적한다.

포철에서 나오는 물량이 늘어나면 누가 굳이 비싼 한보철강제품으로 눈을
돌리겠느냐는 것이다.

한보철강은 박슬라브설비를 축으로 하는 아산만철강공단에 지금까지
1조8천억원을 투자했다.

앞으로 이회사가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희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