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백화점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디스카운트스토어인 "그랜드마트"를
개점한 지난2일 오전 11시30분경.

2층 매장입구에서는 일반유통업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촌극이 벌어졌다.

"지금은 매장내에 손님이 너무 많아 들어갈수 없으니 잠시 기다렸다
이용해 주십시요"

밀려드는 손님들로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자 김만진그랜드백화점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진땀을 흘리며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매장안에서는 2,3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가 하중을 이기지 못해
수시로 멈춰섰다.

그랜드마트의 이러한 모습은 가격파괴형 신업태가 인기를 끄는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저가판매를 무기로 강력한 고객흡인력을 발휘하는 신업태는 매장이 들어
서는 곳마다 상권판도의 변화, 고객이탈등 적지않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미국을 본고장으로 한 가격파괴형 신업태의 종류는 디스카운트스토어와
회원제창고형클럽(MWC), 하이퍼마켓, 카테고리킬러, 아울렛등으로 대표된다.

이중 신업태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디스카운트스토어는 신세계백화점이
E마트를 서울 창동과 일산에 열어놓고 있으며 오는 7월 안산점을 오픈하는
것을 비롯, 2000년까지 수도권30개, 지방70개등 모두 1백개의 점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주)삼천리가 서울 수색에 지난해 12월 삼천리마트라는 이름의
디스카운트스토어를 개점한데 이어 뉴코아백화점이 뉴마트, 그랜드백화점이
그랜드마트를 선보이는등 후발업체들의 신규참여가 줄을 잇고있다.

롯데백화점, 진로종합유통, 농심가, 동아백화점등도 디스카운트스토어
사업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등장한 회원제창고형클럽 또한 프라이스클럽이
오는2000년까지 10개의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고 뉴코아백화점이 킴스클럽을
곧 개점, 신업태간의 고객확보경쟁이 달아오르게 된다.

가격파괴형 매장이 거두고 있는 쾌조의 성과는 우선 매출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매장면적 2천7백50평인 프라이스클럽은 최근 하루평균 4억원, 1천7백여평
의 그랜드마트는 2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려 매장면적당 판매효율에서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백화점을 앞지르고 있다.

프라이스클럽과 그랜드마트의 평당 하루매출이 14만5천원과 14만7천원인데
비해 규모가 더 큰 영등포상권의 K백화점은 9만4천원에 불과하다.

"일물일가"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기존가격질서를 위협하는 신업태의 힘은
저코스트경영에 의한 EDLP(Everyday Low Price)영업정책에서 나온다.

신업태형 업체들은 대량직매입으로 구매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시설부문의
경량화, 물류, 인건비절감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부중그랜드백화점상무는 "백화점을 지으려면 줄잡아도 평당 4백만원이
소요되지만 그랜드마트에는 절반수준인 약2백만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할인업태는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업체의 상륙과 대기업들의 신규참여로
그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시장규모도 급팽창, 오는 2000년이면 6조원으로
국내전체 소매매출의 8%를 점할 것이라는게 신세계백화점부설 한국유통산업
연구소(소장 이동훈)의 전망이다.

이소장은 "대리점등 자체 유통망의 붕괴를 우려해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제조업체의 사고전환과 경비절감을 위한 시스템화, 저가공급
체계를 위한 정책적지원등이 신업태의 순조로운 정착에 필요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할인점은 저가정책에 맞추기위해 수입상품을 늘리고있어 외국상품의
국내시장잠식에 길잡이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부동산가격에 비추어 점포입지를 구하기도 쉽지않은 실정이다.

초기단계에 있는 할인점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