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달초 금융계인사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요즘 은행장들을 만나면 모두들 신탁때문에 큰일이다라고고 말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자리에서 앞으로 신탁계정도 은행계정처럼
동일인여신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물론 바로 며칠전에는 별도의 신탁제도개편방안을 이미 발표했었다.

96년부터는 일반불특정금전신탁을 폐지하고 내달부터는 별도펀드를
운영하지 못하게 했다.

또 현금으로 맡긴뒤 주식이나 채권등 운영상태대로 찾아가는 금외신탁은
그동안 만기가 없었으나 신탁기간을 1년이상으로 못박아 장기화시켰다.

정부는 이처럼 단기대책을 내놓는 일외에 장기적으로 은행신탁의
비대화를 막기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우선 연간 신탁상품의 한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다.

재경원은 이미 올해신탁한도의 증가폭을 지난해와 같은 8조2천억원으로
동결했다.

사실상 축소된거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순증분을 더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다 신탁의 만기도 점차 장기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개발신탁을 지난해 1년짜리를 1년6개월로 늘린데 이어 앞으로도 만기를
장기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신탁계정이 돈을 맡기고 운영수익을 받아간다는 취지에 맞으려면
확정배당부에서 실적배당부로 바뀌어야 한다"(진병화금융제도담당관)는게
재경원실무자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산업개편에 발맞추어 은행신탁을 폐지하고 일본처럼
아예 신탁은행으로 떼어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보람은행등 후발은행들은 신탁비중이 80%를 넘는 곳이 있어 이미
신탁회사화하고있다.

정부가 이처럼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하면서도 33조를 웃도는 개발신탁은
손을 못대고 겨우 3조8천짜리 일반불특정금전신탁정도만 손질하는 수준에
그친 것은 여건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신탁등을 손댈 경우 금리가 비싸긴 하지만 손쉽게 이루어지던
기업대출의 길이 사실상 좁아질수밖에 없게 된다.

기업자금난이 더욱 걱정된다는얘기다.

여기다 통화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현재 신탁계정은 총통화(M2)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탁을 폐지하면 은행신탁을 통해 대출을 받던 기업들이 은행계정으로
몰려들 것이고 그러면 M2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16%수준이 M2가 2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또 금리상승의 우려를 안고 있다.

개발신탁이 있어서 채권을 그나마 많이 소화했다는 것이다.

은행개발신탁펀드가 다른 은행이 발행한 개발신탁증서를 사들여 금리
안정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 증시붕괴다.

개발신탁만해도 보유주식이 3조5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신탁을 폐지하면 당장 매물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개발신탁을 폐지한다는 것은 증시입장에서
보면 증안기금을 해체한다는 말과 똑 같은 얘기가 된다"고 말한다.

이런 저런 어려움이 산재해 있긴 하지만 은행신탁을 이대로 두다가는
시중자금이 신탁으로 과도하게 몰려 자금왜곡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또 확정금리를 줄어야 하는 은행의 경영이 부실화될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신탁을 많이 유치하는
시중은행장들의 지적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