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노동부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대상이 현직 장관이라는 데서 관심의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현시국이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비상시국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다 요즘 산업현장이 한국통신의 노사분규와 현대자동차의
휴업사태로 어수선하고 노사간 임단협협상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시점에서 노동장관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것도 이번 사건의 파장을
짐작케하고 있다.

검찰은 이장관외에도 전현직 산은임직원에 대해서뿐아니라 이장관에게
뇌물을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10여개 기업체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이장관수사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장관에 대한 수사배경에 대해 "단순히 뇌물혐의가 드러나
내사단계를 거쳐 수사할 뿐"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등 국책은행이한번도 사정대상에 오르지 않아 비리의
온상이 돼왔다는 지적이 있어 시범케이스로 수사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시설자금을 둘러싼 특혜시비는 비일비재했다.

시설자금은 이자가 싸고 기업체들이 뭉칫돈을 마련할 수 있어 비리의
여지가 많았다.

융자액도 대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씩이 장기저리로 대출돼왔다.

이런 만큼 기업들의 로비와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정치권등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산은의 시설자금대출은 정치권과 기업 그리고 은행임직원이
3각으로 연결된 전형적인 비리의 형태를 띄고 있다.

산은의 비리가 밝혀질 경우 다른 국책은행등에 수사불똥도 튈 수도
있다.

검찰은 이장관의 가명계좌를 발견,본격적인 자금행방추적에 나섰다.

자금추적에서 이장관에 뇌물을 준 기업체가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검찰은 이장관의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을
발견할 수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이 이장관에 대한 혐의를 포착한 것은 지난 1월께라고 검찰은
밝히고있다.

검찰의 정보망에 이장관의 산은총재재직시의 비리가 걸렸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한 기업체와 은행내부 불만자의 투서와
진정이 수사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으나 검찰은 일단 부인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검찰일부에서는 덕산그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장관의
비리가 드러났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덕산그룹의 대출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포함돼있었고 마침 이장관이 총재로 재직때 덕산그룹과 관련한 비리가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덕산그룹사태와 관련,이미 장기신용은행장과 대통령의 사촌처남이
구속된 마당에 이장관을 놔둘수 없었다는 단순설명이다.

대통령처남이 구속된 만큼 "성역없는 수사"를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 뇌물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장관외에 검찰은 10여개 기업체를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 회사의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어서
이장관수사사건은 기업체에 일대 회오리 바람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