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주)대우는 베트남의 농업생산성향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때 베트남은 외화부족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대우는 세계은행(IBRD)등 해외금융기관에서 연리 6% 내외의 싼
자금을 베트남에 알선해 줬다.

그리곤 그 돈으로 농약공장을 지었다.

한국산 비료도 수입토록 했다.

비료대금으로 쌀을 받아 이라크에 수출했다.

쌀제공의 댓가로 이라크로부터 석유를 받아 한국으로 들여왔다.

대우는 각 단계마다 거래금액의 2%내외의 수수료를 챙겼다.

대우의 베트남프로젝트는 복합거래의 한 예이다.

전형적인 예는 또 있다.

후진국에 정유공장을 짓고 있는 S상사 경우는 이렇다.

S상사는 우선 설계단계부터 참여했다.

왜냐. 자사가 공급가능한 자재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S상사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해외지사망을 통해 수출을 대행할 계획이다.

수출품의 사후관리도 맡아준다는 구상이다.

공장 하나 지어주면서 알파에서 오메가가지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종합상사의 사업구상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나 중남미등의 후진국 정치실세들과 인맥을 형성한후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계획 수립단계에서 도로.항만건설 공장건설 상품수출에 까지
직간접적으로 간여한다.

"종합상사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특정국가의 경제개발에도 간여하는
경우가 있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소득수준을 높일 생산시설을 건설해주고
여기서 해당 국가의 소득에 맞는 상품을 생산한다"는게 (주)대우 김재용이사
의 말이다.

장사라는게 다그런거지만 상사맨들이 즐겨부르는 복합거래는 교과서에서
조차 나오지 않는다.

"독창적인 거래방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상사맨들은 왜 복합거래를 즐겨하나.

그것도 아프리카국가와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후진국가에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선진국기업과의 시장쟁탈전이 덜하다.

진출국가의 소득수준에 맞는 저가제품을 쉽게 팔수 있다는 얘기이다.

예컨대 일본의 상사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예전과는 달리 후진국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그들에겐 사실 "3D시장"에 해당하는 국가 말고도 해외시장이 많다.

후진국에 대한 복합거래가 우리의 "독무대"가 될수 있다는데는 우리
상사맨의 특성도 무시할수 없다.

실제로 오지국가로 달려가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한국상사맨들에 대한
일본상사의 평가도 있다.

"한국상사들은 저돌적이다.

세계의 어느곳이나 쫓아가서 사업을 벌인다.

일본이 복합거래를 주저하는 지역에 한국상사들은 재빨리 뛰어간다.

일본상사맨들도 이런 한국상사의 자세를 배워야한다"
(요네쿠라 이사오 이토추상사회장)

그러나 한국상사의 더 큰 목적은 다른데 있다.

복합거래에서 복합효과(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한것이 주인이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복합거래방식을 이들 국가에 적용하면 "1+1=3"의
계산이 나올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산업이 일본기계를 들여와 공장을 세워 일본기술과 부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게시리 된것처럼 국내 상사들은 후진국시장을 복합거래 적용의
최대 타켓으로 삼아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종합상사의 복합거래량은 일본등 선진국에 비견해 내놓을 만한
규모가 아니다.

국내 종합상사 매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이 좋고 해볼만한 거래형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능력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것.

능력부족은 해외정보에서 부터 비롯한다.

과감한 후진국개발 참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가 중요한데 이 부문
에서 일본기업들에 족탈불급이다.

해외지사의 자세도 문제다.

"지금처럼 종합상사의 해외지사와 법인이 "서울본사"만 쳐다보고 영업을
하는 분위기속에서는 복합거래가 활성화될수 없다"

(주)쌍룡 허찬부장의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은 서울본사 직원의 해외출장인원수가 증가한데서도 엿볼수
있다.

기존 단품수출일때는 관련부서 직원 1-2명이 "상사맨의 상징"인 007가방을
갖고 비행기를 타는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복합거래 과정에서는 상사관계자외에 계열사의 기술부직원
금융전문가 신입사원이 20여명씩 "떼"로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복합거래에 관한한 해외지사에선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예기다.

그러나 해외지사의 복합거래 능력부족만을 탓할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복합거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위험이 따르는
이상 서울본사 전문가의 개입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론은 뻔하다.

복합거래는 활성화돼야 하고 그러러면 해외지사와 서울본사간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지사는 현지 폭력조직이나 정치권력의 실세 또는 이들의 친인척에
밀착해야 사업수행이 용이하도록 터를 닦아주고 상사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사업타당성조사는 본사의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식으로 말이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