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강남에 고급 바다가재요리집이 7~8개 생겼다.

서울 유명백화점에는 국산화장품코너가 사라지고 있다.

고급소비재수입이 폭증하면서 나타나는 신풍속들이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1~3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는 무역적자의 불건전한 한 단면을 읽을수있다.

불요불급한 고급소비재수입마저 가세,적자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등으로부터 주요 부품이나 기계를 사와야만 물건을 만들어낼수있는
대외의존적인 산업구조때문에 수출이 늘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입이 늘어나지만 당장 필요도 없는 고급외제품들도 쏟아져 들어와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기활황은 으레 과소비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들어 25일까지 무역적자가 작년한햇치(63억3천5백만달러)를
넘보는 62억2천7백만달러에 달해 과소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기계류수입을 줄이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숙제라면 우선 고급소비재수입쪽
에서 허리띠를졸라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급소비재수입은 작년부터 불붙기 시작,올들어 그속도가 더 빨라지고있다
.

바다가재수입의 경우 올들어 3월까지 수입량은 1백21만8천달러어치에
달했다.

절대금액자체가 많지 않은듯 하지만 작년같은기간대비 증가율이
1백48.6%에 달한다.

작년 한해치수입량(3백34만6천달러)의 3분의1을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게도 마찬가지다.

1~3월 게수입량은 4백41만4천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2% 늘어났다.

양주도 사정이 비슷하다.

1~3월중 양주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1.8% 늘어난 4천4백37만7천달러어치가
수입됐다.

먹어치우는 고급품의 수입폭증행태는 쓰고 버리는 화장품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작년한햇동안 화장품수입량은 1억5천2백41만2천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47.3% 증가한뒤 올 1~3월에도 전년동기대비 47.1% 증가한 4천4백37만7천달러
에 이르고 있다.

수입개방 압력때문에 불가피하게 문을 열고 있는 승용차는 1~3월중
전년동기대비 2백90.6% 늘어난 6천65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고급의류와 가구류수입도 엄청나다.

의류는 1~3월중 2억1백8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전년동기대비 73.3% 늘어난 규모다.

가구도 1~3월중 전년동기대비 55.8% 증가한 4천6백60만5천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의류와 가구는 유럽연합(EU)회원국소속 제품이 특히 많이 수입되고
있다.

물론 소비재는 증가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1~3월중 전체수입금액 2백25억5천2백만달러중 소비재수입금액은
10.2%인 22억9천3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수입의 대종은 원자재와자본재인 셈이다.

이때문에 소비재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절대수입규모면에서는 호들갑을
떨일이 아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엔고를 등에 업고 지속되고 있는 경기활황이 과소비로 흐르는
것을막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는 무역적자를 줄여나가야 한다면
고급소비재수입도 "개인의 소비자유"로만 방관할수없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무역적자를 해소할수있는 본질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기계류및
부품의 국산화인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산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낼수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다음달초 열릴 신경제회의에 자본재산업육성방안을 마련해
올릴 예정이긴 하지만 몇년이 흘러야 그 결실을 딸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고급 소비재 수입폭증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같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