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한성신용금고에 대한 3차 공매가 또다시 유찰됐다.

21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14층 대회의실에서 벌어진
"부국.한성상호신용금고주식공개입찰"은 두금고에 모두 1개업체가
단독응찰해 경쟁입찰방식을 취한다는 규정에 의해 자동유찰됐다.

부국금고에는 청구건설이 한성금고에는 성원건설이 응찰했고 두금고에
모두 응찰키로 한 모금융기관이 입찰시간을 넘겨도 나타나지 않자
국민은행관계자는 오후2시15분께 자동유찰을 선언했다.

한성금고에 단독응찰한 성원건설의 김학상무는 "지난해 12월, 지난2월
두차례입찰에도 응찰했다 헛수고만 하고 갔다"며 "낙찰예정가가 높은데다
입찰자격및 조건등이 까다로와 번번이 유찰된것 아니겠냐"며 국민은행측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은행관계자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추후대책을 숙의하겠지만
수의계약은 특혜시비의 우려가 있어 다시 경쟁입찰에 부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충북투자금융도 응찰가가 예정가를 밑돌아 새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산업은행 계열의 한국기업평가 3차 공개입찰과
빠르면이달말 있을 새한종합금융 공매의 낙찰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최근 잇달아 금융기관 공매가 유찰되거나 유찰가능성이
커지자 그 원인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입찰대상인 금융기관의 예정가가 현실에 맞지 않게 높게 매겨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매수합병(M&A)시장에서 첫번째로 꼽히는 기업사냥감은 단연
금융기관이다.

기업의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파이프 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기업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융기관 수요가 있다는얘기다.

그러나 M&A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을 사겠다는 업체는 많으나 예정가가
너무 높아 포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예전같으면 고위층에서 직접 챙길 만큼 대단한 특혜였던 금융기관
인가가 지금은 금융자율화 추세에 따라 메리트가 줄어드는데도 입찰기관
들은 아직도 값비싼 프레미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외종금 윤현수 기업금융부장은 "공매대상 금융기관의 재산평가가
실제보다 과다평가된데다 재입찰에서도 예정가가 내려가지 않아 계속
유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입찰에 참가했거나 응찰을 검토했던 업체들은 "부동산 경매는
민사소송법상 유찰되면 다음번엔 20%씩 예정가가 내려가게 돼있다"며
"금융기관 공매가예정가 인하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더라도
재입찰 때는 예정가를 낮추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유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충북투금 공매는 응찰대상을 금융기관으로 제한,금융기관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제조.유통업체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1천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예치하도록 해 유찰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12월 한국기업평가를 입찰에 부치면서 입찰대상을
정부투자기관과 30대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금융기관이 금융유관기관으로
제한했다.

또 컨소시엄 참여업체수나 참가지분율 조건을 까다롭게 달아 공매에
실패했다.

이처럼 공매기관이 예정가를 높게 매기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단 것은
결국입찰대상을 팔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 정구학.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