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수출이 선진국형구조로 바뀌고 있다"

직물업계의 잔치분위기는 20일 절정을 이뤘다.

예상보다 2년이나 앞당겨 목표를 달성한데다 정부가 훈.포상이란
"선물"도 주었기 때문이다.

직물업계 관계자들은 직물수출호조를 선진국형 수출구조진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있다.

직물수출조합 박광욱상무는 "섬유수출이 제품중심의 다운스트림에서
중간소재 원료등 미들.업스트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건비 따먹기"였던 봉제의류 위주의 후진국형 수출구조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봉제의류등 비직물류수출은 93년 보다 8.7%가 줄었지만 사와
직물수출은 각각 22.9% 21.3%가 늘어나 이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는 이참에 "사양산업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심산이다.

대형자축행사를 마련해 섬유산업이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미래유망산업
이라는 인식확산에 애쓰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직물수출은 과연 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연초부터 중국수출부진으로 직물수출이 차질을 빚자 구조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 및 직물류 수출호조를 "속빈 강정"으로 보는 비관론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위해 비워둔 시장에 뒤늦게 도착해 즐거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화섬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비관론자들이다.

동양나이론의 한 관계자는 "사 및 직물류 수출이 늘었다지만 물량으로는
최근 몇년간 별 차이가 없다"며 국제원자재값이 올라 그 상승분이 수출
단가에 전가됐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시장개척이나 신제품개발성과가 아닌 "반짝 특수"에 힘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봉제의류수출을 늘여가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국가들의 직물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가 폴리에스테르직물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이미 자국수요를 충달할 수준에 이르렀고 중국도 5년내에 자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시장개척과 고부가가치제품생산에서 뒤쳐질 경우 한국직물의
대표적 상품인 폴리에스테르직물도 "팔 곳이 없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직물업계 관계자들도 구조개편이 시급하다는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직물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자간섬유협정(MFA)이 점진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복귀하게
되면 쿼터기득권 상실로 후발개도국과의 치열한 수출경쟁을 벌일게
뻔하다는 대외환경변화때문에 그렇다.

인도네시아 태국등은 지난 10여년간 화섬시설을 3배가까이 증설하는등
중저가 중심의 소품종대량생산체제로 추격해오고 있다.

직물 소비형태가 개성화 다양화 고급화되면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고 있다.

즉시공급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유통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돼있다.

게다가 원면 원모 화섬원료등 국제원자재가가 급등해 채산성은 계속
악화일로에 있다.

국내적으로도 섬유업종이 소위 3D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취업기피 및
이직율 증가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5년간 생산성은 53% 상승한 반면 임금은 2.4배나 올랐다.

직물업계의 노동력부족율은 12.7%에 달한다.

제직기술은 아직도 일본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개발기술의 실용화율도 저조하다.

직물의 개발기술실용화율은 대만과 함께 선진국의 65%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태국등과도 격차를 크게 벌이지 못했다.

이런 판국에 합리화지정은 상반기로 만료되고 수입은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85년 15억달러에 불과했던 섬유직물수입액은 지난해 45억달러로
3배나 늘었다.

직물업계 관계자들도 "속빈 강정"론에 동의한다.

실제로 국내 폴리에스테르직물업계는 연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TPA(테레프탈산)가격이 속등함에 따라 화섬업계와 직물업계는 가격인상을
놓고 한바탕 대결을 벌이고 있다.

국내 워터제트직기(WJL)수는 이미 5만대에 육박해 전세계 총수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과잉양상을 보이고도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을 등에
입으면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직물수출조합 권태정부장은 "지난해 직물수출호조로 이제 섬유산업도
사양산업이라는 오해를 벗게됐다"면서 "정책 금융지원등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으면 수출호조는 낙관할 수 만을 없다"고 말했다.

2천5백여 직물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지원없이 자립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