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자동차협상이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태풍의 눈"이 되고있다.

18일 이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의 대일보복조치가능성이 커지자
다시 달러화는 전후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17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양국차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고위급자동차협상은 양측의 이견차만을 확인한채 끝났다.

이틀째 회담을 마치고 나온 제프리 가튼 미상무부차관은 양국간의
확연한 견해차를 인정하면서 무역보복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때문에 미달러화는 사상처음으로 달러당 80엔대가 깨져 한때 79엔대를
기록했다.

자동차협상결과에 따라 달러가치가 춤추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실무급 자동차협상이 예정된 이번주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자동차협상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의 지난해 대일무역적자는 6백억달러로 그중 60%인 3백60억달러
정도가 바로 일본과의 자동차및 자동차부품수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날회담후 미국관리들은 자동차협상결렬에 대비,미국이 10억달러규모의
보복관세부과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점을 부각시켰다.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경우 양국간의 긴장국면이 조성돼 달러화가 더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보복관세부과라는 미국의 으름장에 일본측은 크게 불쾌해하고 있다.

이 회담에 참석한 사카모토 일본상무성심의관등 일본측관리들은
미국이 보복조치로 나올경우 미국과의 모든 협상에서 철수,이 문제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일본이 생각하고 있는 대응전략은 WTO로 갈경우 비회원국이지만
지난번 미국과의 지재권협상에서 후퇴했던 중국같은 나라의 동조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어서이다.

사카모토심의관은 "WTO에서는 우리가 이기는게 확실하다"고 장담한다.

미국은 아직은 보복관세문제를 공식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비장의
카드로 삼으면서 이번주말까지의 협상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협상에서 보인 일본측의 태도변화에 부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이번기회에 일본으로부터 분명한 해답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가튼차관은 이와관련,최근 일본정부가 밝힌 긴급엔고대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책에는 엔고의 실질적 이유가 되고 있는 일본의 무역흑자규모에
대해 일본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흑자의 축소범위가 제시되면 그에따라 미국의 자동차부문
적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협상에서 미국이 관철하려는 해결방안은 미국산 자동차부품의
구매확대,미국산 자동차의 일본시장판매자율화와 미국산 부품에
대한 일본정부규제철폐등 3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산 자동차부품의 구매확대를 위해
올3월말로 시한이 종료된 양국간 자동차분야 자율구매협정(지난92년
체결)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메이커가 미국산 부품을 구입하도록 한 이 협정에 대해
일본정부는 관련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한다며 "갱신불가"를 주장,협상
타결의 최대장애가 되고 있다.

미국측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공연히 업계를 핑계로 빠져
나가려한다며 실제 일본정부가 나서면 기업들이 따라오지 않을수
없다고 반박한다.

나머지 2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의견접근이 되는듯 하다.

일본의 딜러들이 자유롭게 미국산 자동차를 판매할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일본측도 긍정적 반응이다.

또 부품에 대한 규제철폐문제도 실무협상을 통한 구체적 합의에
도달할수 있다는 분위기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