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반도체도 이제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난 3월 전화기용 디지털전화응답소자(DTAD)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 설계2실 김태근실장은 힘주어 말했다.

DTAD는 디지털신호처리기(DSP)의 일종으로 최근 현대가 개발한 동화상처리
를 위한 MPEG2 디코더 칩과 함께 국내 업체가 개발한 비메모리반도체이다.

이번에 개발된 DTAD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자동응답기능을 갖춘 전화기에서
쓰이는 녹음용테이프를 대신하는 반도체이다.

외국산 제품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전자의 DTAD는 스피커폰사용시
발생하는 에코현상을 없애고 자체내에 음성녹음을 위한 오디오램을 내장하는
등 기능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 반도체는 디지털 신호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테이프가 필요없는 카세트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DTAD를 채용한 전화기는 국내에서 현대전자의 "예서"를 비롯한
몇종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화기에서 사용되는 DTAD는 전량이 수입되고 있어 이번
개발로 연간 1천5백만달러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전자가 97년 세계적으로 2천만개 이상으로 증가할 DTAD의 수요에
대처하고 현재 전량수입되는 DTAD를 대체하기 위해 이 반도체개발에 나선
것은 94년 2윌이었다.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반도체연구소의 연구원 8명은 작년 여름휴가를
반납해 가면서까지 개발에 몰두했다.

다양한 설계영역을 각각 분담해 책임지면서도 항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개발한지 13개월만에 DTAD는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실장은 "DTAD는 비메모리반도체이기 때문에 연구과정중 설계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의 크기를 줄이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원들은 반도체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완제품의 수율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국산 DTAD를 이용한 전화기는 9월쯤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김실장은 "우리나라가 뒤떨어져 있는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이룬
개가일 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라고 이번 개발의 의미를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이 지적이 지닌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2백56메가D램을 일본보다 먼저 개발하는
등 세계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는 우리의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뒤떨어진 이유는 이 반도체의
특징때문이다.

정보의 기억을 목적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비메모리반도체는
반도체내에 특정 목적의 시스템을 담아야 하며 이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즉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는 일반적으로 주문자가 원하는 목적에 맞도록
반도체를 만들어야 하며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반도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등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

김실장은 이와관련 "DTAD칩이나 MPEG2칩 개발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기본기술은 확보됐습니다"며 "이제는 비메모리반도체 생산판매에 필수적인
인프라(기술지원체제)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