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김강석입니다"

상업은행 사내방송국에선 매주 월.화요일아침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다름아닌 영어회화교육코너다.

이 코너의 담당자는 김강석씨(27).

사설학원 회화강사를 뺨치는 영어실력의 소유자란게 직원들의 얘기다.

그렇다고 김씨가 전문 영어회화강사인것은 아니다.

그는 어엿한 상업은행직원이다.

소속은 로스엔젤레스지점.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이다.

김씨의 현지이름은 클리포드김(Clifford K Kim)이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그는 재미교포다.

지난 8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교포"가 됐다.

그는 미남가주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던 해인 지난89년 상업은행LA지점에
입행했다.

그로부터 5년간을 꼬박 LA지점에서만 근무했다.

현지에서 채용된 다른 재미교포들이 1년도 채 안돼 직장을 옮기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는 매우 심지가 굳은 편이다.

"모국에 뿌리를 두면서도 세계를 대상으로하는 국제적인 금융인이 돼기
위해서"가 김씨가 밝히는 심지의 바탕이다.

김씨의 당찬 포부는 본점에서도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지난해 5월 "해외현지전문인력 본부근무제"의 1호로 선정됐다.

해외지점의 토착화를 위해선 현지채용인원을 책임자로 양성하는게 필수적
이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게 상업은행의 설명이다.

김씨도 본점의 이런 방침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국내은행 현지점포의 경우 현지채용직원이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이 강하다.

업무나 보수가 차별화돼서라기보다는 왠지 소속감을 갖지 못해서다"라고
김씨는 말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만큼 국내에서 김씨는 항상 바쁘고 활기차다.

오전9시부터 오후8시까지 국제금융실에서 근무한다.

본점의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고 희망하는 국제투자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를 닦기 위해서다.

물론 아직은 이 분야에선 "올챙이"다.

그러나 지난해말 34개 국내외은행이 참가한 2억달러규모의 선박금융자금
도입의 서명식에 사회를 보는등 그의 성장은 두드러지고 있다.

김씨는 그래서 본점근무기간을 당초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주도록 건의,
허락받았다.

좀더 튼튼한 기초를 구축하자는 생각에서다.

"현지채용직원들을 대상으로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본점순환근무를 확대한다며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국제금융인을 양성할수
있다고 봅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를 계기로 현지에 복귀해서도 훌륭한
국제금융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씨의 말에서 해외현지채용직원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국제금융인으로 성장하려는 신세대만의 도전의식이 강하게 풍겨난다.

<글 하영춘기자 사진 강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