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는 지난 91년말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맨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입사를 했던 직원들은 졸지에
전주제지(당시 회사명) 직원으로 전락,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주제지는 삼성내에서도 가장 처지는 업체로 여겨졌었다.

장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보수나 복리후생체계는 어떻게 변할지 불투명
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이같은 현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봉급과 복지등 모든 면이 삼성 플러스 알파이어서이다.

특히 계열분리후 한솔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영역을 의욕적으로 확장
하는데다 중장기계획인 "한솔플랜 2000"으로 비전을 갖게 되자 오히려
한솔맨으로 몸담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청출어람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사원모집때마다 1백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같은 한솔의 경영은 구형우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주주인 이인희씨(고 이병철회장의 장녀)가 고문으로 있지만 경영에
관한한 구사장은 전권을 행사한다.

이고문은 일상적인 기업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단지 대규모투자나
증자등 대주주로서 참여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만 가끔 회사에 들러 코치
한다.

구사장은 67년 한양공대를 졸업하면서 입사, 28년동안 잔뼈가 굵은뒤
사장까지 올랐다.

그는 전형적인 기술통으로 5년4개월동안 최장기간 공장장을 역임했다.

지금도 서울 본사에서 넥타이매고 회의를 주재한 것보다 작업복 입고
공장을 누비는 것이 훨씬 마음이 푸근하다고 할 정도이다.

이달초 전주 신문용지 초지 5호기가 고장났을때도 공장장에게 보수를
지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공장으로 달려가 현장을 돌며
24시간 철야작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제적인 감각이 사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78년부터 81년까지 뉴질랜드에서 근무한게 국제감각을 익히는 계기가
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자격증이 있는 김도연부사장은 관리통
으로 구사장을 보좌한다.

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전자를 거치면서 기획실 관리본부에서 경리 기획
업무를 맡아왔다.

사장과 부사장을 떠받치는 전무는 임석균 조동만 조동길 3명이 있다.

서울 공대출신의 임전무는 전주공장장 삼성중공업구매본부장등을 거친
엔지니어이다.

지금은 대전공장장을 맡아 신규사업인 백판지공장건설을 지휘하고 있다.

2명의 조전무는 이고문의 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컬러를 지니고 있다.

형인 조동만씨는 연대 법대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뒤 호텔신라 이사를 거쳐 지금은 레저 골프장등 신규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형이 국제신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깔끔하고 세련된 매너를 지녔다면 동생인
조동길씨는 텁텁한 스타일이다.

테니스 골프등 운동에 뛰어나고 술을 즐긴다.

삼성물산 모건은행을 거쳐 86년 한솔제지에 들어온뒤 주로 관리기획업무를
맡아왔다.

기획팀과 홍보팀 정보팀을 관장하며 기업의 인수 합병을 진두 지휘한다.

이들 형제는 결코 대외적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기가 맡은
분야 이외에는 절대로 업무간여를 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을 우대하는 경영풍토를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이는 이고문의 뜻이기도 하다는게 한솔인들의 설명이다.

상무는 차동천전주공장장과 목승균엔지니어링본부장 2명이 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차상무는 8척장신에 호방한 성격으로 마당발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관계 법조계 언론계에 지인이 많다.

제일제당과 삼성조선을 거쳐 한솔식구가 된 차상무는 줄곧 영업을 해온
영업통이다.

한양공대출신의 목상무는 건설과 엔지니어링분야에서 전문가로 주로 공장
설립 설비확장등을 관여하고 있다.

전주와 장항공장엔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기계가 없을 정도이다.

이밖에 문주호이사등 10명의 이사가 분야별로 실무진을 총괄하며 최고
경영진을 보좌한다.

국내 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은 미국의 인터내셔널페이퍼 일본의 왕자제지
등과 국제무대에서 경쟁할수 있도록 2000년까지 생산능력 품질등 모든
면에서 세계 10대 종합제지업체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임원이 국제감각을 익히는데 가장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