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그룹회장은 27일오후 호텔신라 다이너스티홀에서 그룹 전무급이
상임원 1백80명을 대상으로 2시간동안 특강을 갖고 임원들의 권위주의를 과
감하게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회장은 질의응답식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신경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임원들의 권위주의가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아랫사람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은데 얘기를 안듣는 사람들이 많
다"며 "이를 빨리 뜯어고치지 않으면 권위주의와 비효율적인 업무로 삼성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향후 신경영의 방향이 "열린시대 신경영"과 "스피드 경영"이라고
제시했다.

국경없는 열린 시대에 조직적으로는 세계화에 나서고 있으나 조직내부의 경
영실상은 아직 "세계화와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또 신경영 초기부터 보다 신속한 경영을 요구했으나 "이부분에 대한 반응이
매우 느리다"며 세계 유수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스피드 경영"이 절
실하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임원들이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하는 일을 기록해 보면
하루 3-4시간은 헛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7.4제(오전7시 출근 오후4시
퇴근제도)도 임원들부터 철저히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임원들이 무엇을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변화에
너무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평소에 실력을 쌓기 위해 전문잡지
의 목차라도 읽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환경의 변화에 본인 스스로가 바뀌어야하는 만큼 "밥 먹는 손을 오른손
에서 왼손으로 바꿀 정도의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변화에 안심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자동차사업과 관련, 이사업은 결코 회사차원이 아닌 세계적인 관
점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그룹임원 모두가 이같은
시각에서 자동차사업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엔고는 우리산업이 일본에서 독립할수 있는 계기가 돼야한다"며 이것이
자동차의 조기 국산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경영을 하려는데 협력업체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며 부품업체를
꾸준히 설득하고 교육해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난2월부터 한달간 실시한 사회봉사활동교육
에 자신도 참가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임원들이 "사회경영"에 많은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