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

"금융계의 하이테크비즈니스"로 불리는 신용평가업계의 10년맞수다.

지난86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경쟁은 출자회사인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자존심을 건 승부의 연속이였다.

두회사의 격전현장은 신용평가사업과 기업정보서비스분야. 2금융권의
후광을 입은 한신평은 신용평가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신정은 1금융권의 막강한 정보력을바탕으로 정보서비스사업을 확장하며
맞서고 있다.

한신정과 한신평의 경쟁은 설립때부터 시작됐다.

한신평은 85년2월 회사채및 기업어음등에 대한 신용평가를 위해
제2금융권이 출자한 회사다.

신용거래가 많은 투금사등 2금융권의 특성상 신용평가회사설립은
필요했던 것이다.

한신평이 설립된지 1년7개월만인 86년9월 은행들은 신용사회의 조기정착
이란 명분하에 전국종합신용평가를 세웠다.

신용평가시장을 고스란히 한신평에 내줄수없다는 의도였다.

전국종합신용평가는 정보서비스사업을 확장하며 지난91년 한신정으로
이름을 바꿨다.

두회사의 출생동기부터가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경쟁의식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두회사가 양대산맥으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신용평가시장은 연간 약
1백50억원규모. 지난해 7월부터 기업어음과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복수평가제가 실시돼 시장규모는 2백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복수평가제실시이후 피평가업체의 약85%가 한신평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기업어음에 대한 평가건수를 보면 한신평은 7백32건을 올린데
비해한신평은 4백87건으로 한국기업평가(5백18건)에도 밀렸다.

그러나 한신정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신용평가업무에서는 6대4로 판정패했지만 이는 기업어음이나 회사채가
한신평의 주주인 투금사에서 거래된다는 잇점이 작용한것으로 본다.

그래서 한신정은 출자자인 은행들의 정보력을 이용해 지난87년부터
소비자신용정보서비스사업을 시작했다.

각은행의 신용카드불량거래자명단을 받아 백화점이나 할부금융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신평은 종합경영정보KIS-LINE을 지난88년3월 개통했다.

기업정보서비스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한신평이 KIS-LINE을 개통해 가입회선을 확보하자 1년뒤에 한신정은
NICE-TIPS라는 종합금융정보온라인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KIS-LINE은 가입회선이 5백라인을넘어섰고 NICE-TIPS도 4백회선
수준이다.

정보서비스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89년 한신평이 콜시장의 거래정보제공시스템운용을 개시하자한신정도
경쟁적으로 91년 재무부로부터 콜거래입력기관지정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정보서비스사업분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전산화와 입력작업등에
투자되는 비용부담도 컸다.

이때문에 두회사의 누적적자는 불어났다.

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한신평은 93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냈고 한신정은 이보다 빠른 91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냈다.

한신정은 정보서비스사업확대로 지난해 1백69억여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덩치면에서 한신평(94년매출액99억원)을 압도한 것이다.

한신정은 신용평가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보서비스사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91년에 상호를 바꾼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출액구성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90년부터 시작한 NICE-CHECK라는 신용카드조회기사업이 전체매출액의
50%가까이 차지하는 큰 분야다.

또 주주인 은행들과의 긴밀한 관계로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기)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평가분석매출의 비중도 한신정은 전체매출의 25%내외이지만
한신평은 약50%에 달한다.

국내신용평가시장을 주도하는 이두회사에게는 또다른 경쟁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등의 한국시장진출이 내년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신정과 한신평이 출자회사의 후광에만 의존한다면 협소한 국내시장
마저 잠식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난해 한신정에는 재무부국장출신인 장홍렬사장(55)이,한신평에는
국세청출신인 조원사장(57)이 취임했다.

재무부와 국세청출신인 두 사장이의 경쟁이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