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활황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의 모습이 과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민.관이
다소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민간연구소쪽에서는 아직 "과열은 아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열조짐이 보인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있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94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우리경제의
성적표가 일단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91년 9.1%의 성장이후 가장높은 8.4%(GDP기준)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을 꼽을수있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수있다.

부문별실적도 개선되는 조짐이 뚜렷해졌다.

제조업성장률이 10.4%로 제조업성장의 전체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93년의 25.4%에서 35.8%로 높아졌다.

92년과 93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경공업도 지난해엔 3.6%라는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섰다.

경기의 양극화현상이 다소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 계속된 가뭄으로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됐던 농림수산업도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서는등 각 부문의 성장이 비교적 건실했다.

반면 소비증가율은 7.4%로 93년의 8.4%보다 낮았으며 건설투자증가율(4.6%
)도 아직은 낮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물가도 올들어 1,2월중 1.1% 상승하는데
그쳐 작년 같은기간의 2.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지표상으로 나타난 경제상황은 나무랄데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는 어떨 것이냐다.

한은은 우선 양적인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일본등 주요선진국 경기가 올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데다 부동산가격이 아직 안정적이라는데 바탕을 둔 분석이다.

게다가 우리경제가 엔고의 훈풍을 타고있어 상승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이강남한은조사2부장은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7.3%(GNP기준)로
전망했으나 이보다는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것"이라며 "지난 93년1월이후
24개월째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가 과거 경기상승기간의
평균기간인 31개월보다 더 길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면 여러군데서 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작년 1.4분기부터 민간소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공급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투자의 신장세가 우려할만한 수준인것도 한 요인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활황이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는등 총수요의 안정적 운용이
중요한 시점이란게 한은의 견해다.

소비와 건설투자등 내수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KDI등 국책연구소들의 시각도 한은과 비슷하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들은 좀 다른 생각이다.

우리경제가 고성장을 하고 있는건 틀림없지만 아직 과열을 우려할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엔고"라는 경제여건을 일본을 따라잡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