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신체제"의 LG그룹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당면 과제인 "제2 혁신"은 어떤 모습을 드러날 것인가.

정보통신 금융 에너지 환경 멀티미디어등을 겨냥한 "신사업 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낼까.

전문경영인들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마침내 출범의 닻을 올린 "LG 3세경영호"에 쏠리고 있는 재계의
관심사항들이다.

이중 "제2 혁신"은 전임 구회장의 말마따나 "종착역없는 여정이며,영원한
진행형 과제"인만큼 당장 어떤 모양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본무형" 답이 나와있기는 하다.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정도경영"을 폄으로써 고객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세계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제2 혁신의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된 정도경영은 향후 LG그룹의 경영향방을
가늠케하는 "관찰 포인트"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 관심사인 신사업구상은 이미 대강의 가닥이 잡혀있는 상태다.

LG는 지난해 구회장이 그룹부회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제2정보통신업체인
데이콤의 최대주주 위치를 확보했다.

21세기 산업의 꽃으로 떠오르고있는 정보통신사업 강화의 확실한 교두보를
다져놓았다.

에너지 환경 멀티미디어는 그룹의 양대 주력업종인 화학 전자와 맞물려 있어
기왕에 가시적인 작업을 진행해왔다.

에너지는 호남정유 호유에너지등 관련사를 통해,멀티미디어는 LG전자의
"하이미디어"사업을 통해 기술개발및 상품화작업이 잇달고 있다.

LG로서는 이들 사업확대를 현정부의 확실한 "정책의지"이자 재계전반의
대세가 되고있는 "대기업 잔가치 쳐내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내느냐가
과제일 수 있다.

사실 LG의 "고민아닌 고민"은 그룹 계열사수가 국내대기업그룹중 가장
많다는 점이 "바깥"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공정거래위 기준으론 무려 52개사,그룹 자체기준으로도 48개사에 이른다.

이는 대우그룹의 25개사에 비해선 2배이상 많고 덩치가 LG보다 큰
현대그룹의 50개사보다도 큰 규모다.

그나마 이들 그룹은 최근 구조개편을 통해 계열사수를 각각 14개(97년까지)
와 27개(내년까지)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외적 양태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게 LG측의 일관된 설명이다.

대부분 계열사가 화학과 전자 양대분야에 쏠려있으며 시쳇말로 다른
그룹들처럼 "문어발식"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단지 계열사수가 많은 것은 화학 전자분야의 관련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예컨대 전자분야의 금성알프스나 금성하니웰같은 "중소기업"들은
외국협력사로부터의 안정적인 기술도입을 위해 설립한 것이며 내용상으로는
전자관련사들의 일개 사업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일리있는 얘기다.

자동차 조선등 군침을 얼마든지 흘릴 수도 있는 분야에 LG는 단 한번도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음.식료같은 "자잘한"분야에 욕심을 내본 일도 없다.

실제 LG의 52개계열사는 화학에너지 전기전자 기계금속 무역금융 건설서비스
등 단 5개의 사업군만으로 구성돼있다.

LG는 앞으로도 "전혀 새로운 사업"에 "남들이 뛰어든다고 해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설명하고 있다.

구본무회장은 22일 취임직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항간의 한중인수
추진설에 대해 "우리가 인수해봐야 그쪽 업종에서 1,2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사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등의 신규사업 강화에 대해서도 "다 하겠다는게
아니고 자본과 인재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단계적.선별적으로 추진할 것"
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LG가 그려나갈 "신사업"의 그림은 그 윤곽이
뚜렷해진다.

남는 관심은 이들 신사업에 있어서 경영의사결정과 집행이 이떤 수순을
밟으며 진행될 것이냐다.

LG는 작년말과 올초 일련의 경영진 정비를 통해 60세이상의 사장급
전문경영인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50대를 주요 계열사 사장들로 포진시키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2일의 그룹회장 교체와 함께 단행된 창업원로세대의 퇴진에 앞선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대신 간판전문경영인인 이헌조LG전자회장과 변규칠그룹부회장을
신임 구회장의 "양대축"으로 포진시키는 전문경영인체제를 본격 가동해 나갈
전망이다.

창업세대 퇴진으로 활동반경과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된 이들 전문경영인들이
LG의 신체제를 어떻게 다듬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