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전경련회장의 연임 기자회견 내용이 "문제"가 된 시점에서 착수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선경그룹에 대한 조사는 재계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번 조사가 5대그룹에 대한 내부거래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일뿐 최회장의 기자회견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재계는 "왜 하필 선경그룹이냐"며 오비이락치고는 묘한 시점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부가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권위주의적 정부도 아닌 문민정부시대에 들어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정책에 대해 앞으로 누가 말을 할수 있겠느냐"는
반발도 거세다.

전경련의 C이사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만에 하나라도 최회장의
기자회견이 도화선이 된 것이라면 권위주의적 정부가 아닌 문민정부시대에
상상할 수도 없는 한심한 일"이라며 "재계가 공통적으로 호소해온 고금리
문제를 경제단체 대표가 지적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다.

대한상의 C이사는 "전경련회장이 지난 16일 부총리를 찾아가 자신의
발언내용이 잘못 전달된데 대해 해명하고 다시 기자회견까지 열어 그 진의를
밝혔는데도 공정위가 선경그룹을 조사한다면 누가 정부에 대해 마음놓고
얘기할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간주도 경제가 강조돼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S그룹 K사장은 "재계가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때 이런 파문이 빚어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
이라며 우리가 추진중인 세계화는 무척 더뎌질것만 같다며 덧붙이기도 했다.

D그룹 L전무는 "지금 우리 수출은 원화절상과 국제원자재값 상승등으로
불안요인이 많아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히 손잡고 협력해도 안심할수 없는
마당"이라며 "최근과 같은 긴장관계가 조성되면 수출전선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형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