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미달러가치의 급락,독일 마르크화의 급등과 일부 유럽통화가치의
붕괴,멕시코통화가치폭락과 함께 세계증시도 안정을 잃고 주가의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세계경제의 순항기조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시장불안이 심각한 편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달러의 속락이 그 첫번째 형태이다.

미주가는 최근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달러의 지속적인
하락은 달러를 축으로 하고 있는 국제외환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달러는 16일 뉴욕시장에서 마르크에 대해 올들어 처음으로 달러당
1.5마르크밑으로 내려가 지난해 10월이후 가장 낮은 1.4893을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1.56마르크까지 치솟았던 달러였다.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달러당 97.45엔까지
내려갔다.

작년 11월의 사상최저치 96.25엔(종가기준)에 점점 다가가고 있어
언제라도 사상최저기록을 깨트릴 기세에 있다.

연초만 해도 달러는 1백1엔을 넘어섰었다.

달러약세는 미국의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미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멕시코경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때문에 미다우존스공업주가지수가 사상처음으로 4천선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불구,달러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형태는 마르크가치의 폭등에 따른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이다.

마르크의 강세는 곧 이탈리아 리라화등 다른 유럽통화가치의 폭락을
의미한다.

리라는 이날 예산안을 둘러싼 집권여당과 야당간의 대립,경상적자의
확대등 이탈리아정치.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마르크에 대해 또다시
사상최저(마르크당 1,069.7리라)를 기록했다.

영국파운드가치도 유럽통화통합에 대한 집권 보수당의 내분으로
마르크에 대해 사상최저치인 파운드당 2.3130마르크에 근접해 있다.

마르크강세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마르크화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기때문이다.

전통적인 안전투자처였던 달러는 멕시코금융위기가 좀처럼 끝나지
않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이자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멕시코의 경제위기는 곧 미경제의 불안요소로 해석되고
있는 탓이다.

세번째는 멕시코금융위기의 재연기미로 국제금융계의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국제금융기관의 대대적인 대멕시코자금지원으로 지금쯤은
안정을 되찾을 법도 한 멕시코의 금융시장은 최근 반군문제,지방선거
에서의 여당참패등으로 다시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들어 달러당 5페소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페소가치는
16일 지난달말이후 다시 6페소대로 폭락했다.

멕시코증시의 IPC주가지수는 이달초 2천3백선으로 회복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1천8백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멕시코금융시장의 이같은 불안은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주변 중남미국가로
확산되면서 이들 국가의 주가도 다시금 속락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멕시코페소가치가 6%이상 내려간 지난 15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주가는 하룻동안 각가 6%와 6.7%씩 폭락,멕시코사태로 벌어졌던
연초의 개도국 증시붕괴상황이 재현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같은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지속은 이제 막 시작된 세계경제의
활황세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혼란이 장기화되면 경제적 기초여건을 고려하지 않은채 단기차익만을
좇는 국제핫머니의 급속한 이동을 부추기게 된다.

그에따라 어느나라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안전지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게 돼 시장혼란이 점점 에스컬레이트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위험이 높다.

금융시장혼란은 무엇보다 자금의 지역및 국가편중현상을 초래,국제자본
흐름을 경색시긴다.

특히 자금이 빠져나가고있는 개도국권은 자금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위험이 있다.

선진국못지 않게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개도국의 성장둔화는
곧 세계경제의 성장속도를 늦추게 될것이라는게 세계금융시장혼란을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