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이번 조치는 사업구조고도화라는 의미외에도 "포스트 정주영
명예회장"의 분가구도를 위한 밑그림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함께 6대그룹 책임경영인에 전문경영인들을 포진시켜 전문경영인시대의
본격화라는 의미도 찾을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93년 1차계열분리를 통해 <>금강개발산업(현대백화점
현대호텔) 한무쇼핑을 3남인 몽근씨(동사 회장)에게 <>현대화재해상보험은
7남인 몽윤씨(동사 사장)에게 <>현대알루미늄공업은 4남 몽우씨(사망)의
처남인 이진호씨(동사 회장)에게 각각 맡겨 독자경영의 길을 걷도록
했었다.

이번 사업구조조정은 이같은 독자경영외에 나머지 2세들에 대한 분가구도를
보다 가시화했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6개 중핵사업군으로 계열사를 소그룹화한 것이 그같은 예측을 보다 명확히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5남 몽헌씨가 회장으로 있는 전자는 현대정보기술 현대엘리베이터등과
함께 전자부문으로 구성돼 앞으로 보다 독자경영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등 중공업부문은 6남인 몽준씨의 몫으로 남게 됐다.

또 현대종합금융은 그룹에서 완전분리해 막내인 몽일씨에게 독자경영토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세영회장과 정명예회장의 차남인 몽구씨간의 자동차부문은
현대자동차써비스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부문으로 옮겨 붙는 것으로
발표돼 분할구도를 명확히 해놓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장이기도 한 정세영회장은 외아들인 몽규씨를 지난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등 자동차의 경영을 전담시키려는
구상이어서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몽규씨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그룹관계자는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자동차부문으로 묶은 것은
업종의 특화를 위한 차원이며 재산분배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아직도 몽구씨가 현대정공등을 통해 자동차사업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이에대한 변수는 남아있다.

계열분리및 매각키로 한 고려산업개발 현대종합목재 대한알루미늄
현대문화신문등은 금강개발산업 등과 같이 2세들에 대한 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 사업구조조정으로 분가구도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화학부문과 건설부문은 정명예회장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며 지원 부분으로 남은 현대상선 현대물류
현대종합상사 현대증권등 굵직한 계열사도 이와는 무관한 상태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그룹의 모태로 상징성이 큰데다 그룹경영에 가장
유용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어 이의 후계자로 낙점받은 사람이 그룹의
적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그동안 2차례에 걸친 계열분리및 사업구조재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또 한차례의 정리및 조정이 불가피하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