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우체국 집배원의 가방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감사의 정을 나누기 위한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으로 불룩해진 가방이
언덕길을 오르는 집배원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이맘때쯤이면 늘상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과는 달리 올해 PC통신망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졌다.

PC통신이라는 전자우체부를 이용해 신년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온라인 인사는 집배원의 어깨를 힘겹게 하지 않아서 좋다.

또 신년인사를 빠른 시간안에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전할 수 있다.

번거롭게 연하장을 구입하고 몇마디의 글과 함께 서명을 한 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작업없이 PC로 글을 작성하고 키한번만으로
원하는 상대방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들을 찬찬히 전달할 수 있다.

전자연하장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량생산 유통되는 고만고만한 연하장대신 작은 정성을 기울이면
자신의 그림과 사진을 넣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연하장이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PC통신망이 멀티미디어기능을 지원함으로써 음성과 동영상까지
담은 멀티미디어 연하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를 틈타 올해 시중에는 크리스마스카드 소프트웨어와 각종 그래픽
프로그램이 반짝경기를 누렸다.

물론 이같은 전자 연하장이 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기위해서는
각자가 PC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번호(ID)를 갖고 있어야 한다.

세계로 열려진 넓은 창 역할을 하는 전자우편함을 자신의 PC앞에
걸어놓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