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사위가 20일 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주세법개정안에
대해 전체회의 결론은 아니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게 다수의견"이라는
소위결정을 내놓아 확산일로에 있던 "소주공방"이 일단락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주세법파동은 재무위 세법소위에 참여한 의원들이 자신들이 입법하고자
하는 내용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지 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될것 같다.

"지방소주업체를 다 죽일 수는 없다"는 단순논리 때문에 시장경제원칙이
무너지는 신중하지 못한 입법활동이 전개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입법부의
권위를 다시 한번 손상시키는 모양이 됐다.

이날 법사위 소위의 결정으로 재무위가 강경일변도로 밀어부쳤던 주세법
개정안중 한회사의 시장점유율한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삭제되거나
선언적 규정으로 바뀔 공산이 커졌다.

이날 소위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지 않고 "위헌소지"라는 다소 어정쩡한
결정을 한 것은 입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장경제를 지향
하는 헌법정신을 살리느라 짜낸 "궁색한 방식"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상의 위헌 결정을 해놓고도 이같은 불명확한 표현을 함으로써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또 한단계의 "불확실성"과
재무위와의 절충이라는 쉽지않은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소위의 이같은 결정취지는 금명간 있게될 소위와 재무위간의
절충 및 법사위전체회의의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재무위원들도 이날 소위의 이같은 결정을 전해듣고는 전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주시장의 특수성을 감안, 시장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던 인사들도
이제 업계가 자율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도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의원은 "찾아온" 특정업체 고위인사들에게 지금보다는 다소 축소하는
선에서 시장관리를 해준다고 선언할 경우 관련조항의 삭제도 받아들일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위원 다수는 전부터 시장진입은 제한해 놓고 기존의 몇몇업체가
시장을 독식하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은 아니잖느냐고
주장해 왔고 방법론이 잘못된 것인지는 몰라도 시장규제 자체에는 여전히
찬성이라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당초 재무위의 세법심사소위(위원장 정필근)에 참여했던 김정남 나오연
장영철 최돈웅 김원길 박정훈 최두환 임춘원의원등은 소위에서 논의할때
관계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참여의원들은 심의과정에서 박재윤재무장관을 비롯한 재무부
관계자들도 위헌소지를 지적하지 않았고 다만 정부에 맡겨주면 점진적으로
특정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적정수준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해 이같은 규정이
들어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에 명시하는 것이 재무부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취지였다는 얘기다.

구체적 시장점유율은 지방소주업체들이 "개정시안"을 통해 제시한 선에서
다소 완화해 조문화됐다.

당시 관계상임위의 전문가들도 희석식 소주에 대해 규제를 두는것이 반드시
위헌이라고 볼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위헌공방은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이다.

법사위의 판정이 일단 정확하다고 볼때 결과적으로 소위위원들과 재무부
관계자들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오점을 남긴 셈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