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나이론은 지난 11월초 본사 강당에서 이색적인 사내행사를 열었다.

백영배사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임직원들과 본사및 지방사업장에서 선정된
10여명의 패널리스트들이 참여한 "인사평가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였다.

처음으로 열린 이 공청회에서는 패널리스트들의 열띤 토론과 임직원들의
질문및 건의가 이어졌다.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집약,동양나이론은 인사고과를 능력 태도 업적
별로 구분평가해 승진 승급 상여금에 반영하고 자기평가제도를 도입하며
고과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한 개선안을 확정,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동양나이론에서 이 공청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효성그룹의 주력기업이자 섬유소재생산업체로 어느곳보다 보수적인
컬러를 내보여온 이 회사에서 하의상달식으로 사내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한 행사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동양나이론의 사내 분위기는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점이 많다.

과거의 정체되고 수구적이며 경직돼있던 조직에 "무엇이든 해보자"는
활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올들어 뚜렷해진 경기회복에 힘입어 회사영업이
지난 몇년간의 부진을 벗어난데 따른 것이지만 연초 취임한 백영배사장이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바람의 실체는 백사장이 강조하고 있는 "투명경영"과 "통풍이
잘되는 조직만들기"이다.

투명경영이란 회사내 각 부문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적극 드러내고
여럿이 힘을 합쳐 공동해결하자는 것이다.

통풍조직만들기는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으로 특히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채널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백사장은 취임이후 막힌 언로를 뚫고 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최고경영층직통전화(두리두리열린소리)를 개설하고 임직원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 7월에는 모든 임직원을 모아놓고 사장이 직접 상반기경영실적및
하반기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도 처음 마련했다.

투명경영과 통풍조직은 결국 사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함으로써 임직원
들이 의욕적으로 일할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보다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목표를 성취하는 도전적인 사풍을 새로 창출함으로써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백사장의 생각이다.

동양나이론의 최고경영진은 송인상회장 송재달부회장 백영배사장라인
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경영은 백사장의 몫이다.

백영배사장은 효성그룹 공채1기로 처음 계열사사장에 오른 인물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그룹의 간판 경영인이다.

불황여파로 지난해 매출감소라는 유례없는 영업부진에 빠진 동양나이론을
되살리기 위해 조석래그룹회장이 빼든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67년입사이후 효성그룹창업주인 고 조홍제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오래
있었고 87년부터 91년까지는 그룹종합조정실장으로 조석래회장을 보좌,
2대에 걸쳐 총수를 측근에서 모신 백사장의 능력은 사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그는 그룹내에서 가장 빠른 승진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 83년 효성물산
이사에서 상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성목재전무로 발탁된 인물이다.

현재 그의 입사동기들은 대부분 전무 상무진에 포진하고 있다.

정.재계에 지인이 많아 마당발로 통하면서 언제나 풍부한 아이디어로
부하들의 업무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초 취임이후에는 의식개혁을 근간으로한 경영혁신의 핵으로 그룹
전반의 보수적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울산 언양 용연공장등 울산지역사업장을 총괄하는 인재환부사장은
"현장"에 관한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그룹계열사에서 근무하다 80년대중반 개인사업을 위해 7년간 외도한뒤
"현장통"으로서의 능력때문에 조석래회장의 부름을 받아 다시 컴백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91년 울산주재부사장부임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울산공장정문에
서서 3교대로 출근하는 종업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으며 자신의 승용차
가 10부제에 걸리는 날이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정도이다.

자신에 대한 이런 엄격함과 열성으로 인해 "현장의 맏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최고경영진을 각 공장 사업부문별로 6명의 전무가 보좌하고 있다.

언양공장장인 백정수전무는 67년입사이후 원미섬유로 나가있던 몇년간을
빼놓고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타이어코드생산및 영업분야에서만 보낸 이
분야의 베테랑이고 화학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중성전무는 20여년동안을
한번도 울산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이다.

대한석유공사를 거쳐 77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이정형전무는 신규사업
경영기획 구매분야에서 탁월한 상황분석과 판단력이 돋보여 석유화학등
신규사업을 맡고 있다.

안양공장장과 중앙연구소를 맡고있는 황철옥전무는 괄괄한 성격이면서
일처리는 빈틈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원미섬유사업부를 담당하는
김기병전무는 패션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임원답게 사내서 알아주는
베스트드레서이자 카페트사업을 맡던 시절 매장 직원들의 옷차림까지
일일이 관리했을 정도이다.

공채4기로 주력사업인 섬유부문을 총괄하는 전원중전무는 다음세대의
주목받는 리더로 손꼽힌다.

프로젝트기획및 추진능력에서 탁월함이 돋보이는 사내 최고의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 추창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