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힐 지경이다. 인파의 숨결,경쟁자들의 가쁜 호흡으로 전시회장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북경상업중심지에 자리잡은 차이나 월드호텔1층 무역센터전시장에서는
14일부터 19일까지 세계각국의 18개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정부를 상대로
"대중차 전시회"를 열고 있다.

대회정식명칭은 "중국 패밀리카 제안대회".18개 해외 유수기업들이
3백~3백50 의 부스에 자사제품을 선보이며 고객끌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정부에 의해 점지(?)되는 대중차의 생산회사가
바로 96년이후 중국내에 완성차합작공장을 세울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9차6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96년이후 완성차합작공장설립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측이 준비한 이 "의자"에 앉기위한 "입장권"을 따내는 장소가
바로 이번 전시회인 셈이다.

그만큼 중국대중차 전시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 18개 유수 자동차메이커의 최고경영진 실무진 기술자 4백여명이
참석한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현대 대우,일본에선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마쓰다 혼다
다이하쓰 스바루 스즈키등 8개회사,미국은 GM 포드 크라이 슬러등 3개
회사,유럽은 벤츠 포르쉐 시트로엥 폴크스바겐 파아트등 5개회사 총
18개회사가 전시회에 참여했다.

전시회엔 매일 수백명의 중국인들이 드나든다. 중국인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 전시회엔 이상한 점이 두가지있다.

그하나는 중국고위관리나 세계유수자동차메이커들의 경영진들이 하나도
안보인다는 점이다.

미기업들의 부스엔 아예 미국사람은 없고 모두 중국인들뿐이다. 중국
현지직원이 기념품을 타기위해 몰려드는 참관자들에게 이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다.

메아리없는 녹음방송만 들려주는 것이 참관자들에 대한 회사설명의
전부다.

또다른 하나는 전시차종이 대중차아닌 고급차종도 많다는 것이다.
각사가 중국의 대중차로 제안할 차종이 전시된 부스는 거의 없다.

대중차전시회에 왜 최고급 승용차나 미래형 자동차가 전시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96년이후에야 중국과 합작생산할 중국형 대중차모델이 지금 전시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시판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시회 출품모델은
구색맞추기거나 자사과시용일수 있다.

설사 중국형 대중차로서 적합한 모델이 있다하더라도 경쟁사에 알려지는
것을 피해야한다. 무모하게 "우리 작품은 이것입니다"라고 미리 내세울
바보는 없을
것이다.

이번 중국대중차(패밀리카)제안대회는 <>전시회 <>의사발표회 <>대중차
제안설명회등 3가지로 나뉘어진다.

자동차쇼는 곧잘 "미스월드"선발대회에 비유된다. 따라서 전시회는
평상복 심사에 해당한다. 더 중요한 것은 수영복심사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의사발표회다.

이번 대회엔 미스월드엔 없는 것이 하나 추가된다. 그것은 대중차제안
설명회로 "알몸심사"에 해당되는 것이다.

의사발표회및 대중차제안설명회가 비공개리에 열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주요인물들은 전시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두 이른바 "세미나 룸"에서 중국관리들 앞에 "몸매보여주기"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공개리에 진행되고 있는 A세미나룸,회사 최고경영자는 중국 자동차
전문가및 정책담당자 50명의 심사위원앞에서 간단한 의사발표를 한후
다음날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3시간30분동안 제안설명회를 갖는
것이다.

제안설명회엔 중국형 대중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물론 국산화비율
기술이전정도 투자규모등 송두리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따라 중국심사위원들을 포섭,경쟁사들의 "알몸훔쳐보기"를 실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시회장보다는 중국기계공업부 관리들을 만나 로비
에 열중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세계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이시장을 선점하기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 북경=최필규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