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홀인원을 생각해 보게된다.

골퍼가 단 한번의 샷으로 공이 홀컵안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은 낚시꾼
이 월척을 바라는 것보다 몇십배 클지도 모른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홀인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미국의 아드 월씨다.
그는 1936년부터 1976년까지 40년동안 무려 41회나 홀인원을 했다.

홀인원의 확률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럴까. 일본의 어느 수학자는
컴퓨터를 이용해 홀인원 확률을 계산했다고 한다.

특정골프장을 잡아 내장객과 홀인원기록등 통계를 기초자료로 계산해낸
결과는 1만3천번분의 1.한골퍼가 1만3천번의 샷을 해야 홀인원을 한번
할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말골퍼들의 홀인원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확률에 의거해 홀인원의 가능성을 점쳐보자.한주에 1번 골프장에
나가는 골퍼는 1년에 52번 라운드를 하는 셈.

골프코스에는 홀인원을 할수 있는 숏(파3)홀이 대개 4개정도 있으니
결국 이골퍼가 홀인원을 노려볼수 있는 기회는 1년에 208(4x52)타에
이른다.

홀인원 확률 1만3천번분을 연간 홀인원을 할수 있는 기회(208타)로
나누면 62.5가 나온다.

다시말해 주1회 골퍼가 홀인원을 하려면 약62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매주말마다 필드에 나가더라도 홀인원 기회는 62년만에 한번 있게
된다. 적어도 확률상으로는 그렇다.

홀인원을 실력보단 "운수소관"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홀인원에도 보험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홀인원을 하는데 왜 보험을 들고 보험사는 무슨 보험금을 주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이 있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손재수"다.

홀인원을 하면 골프장에 기념식수를 하는게 보통이다. 경기보조원에게
팁도 더 얹어줘야 한다. 동반플레이어로부터 기념패를 넘겨 받을 때는
한잔 사야한다.

홀인원얘기가 친지나 동료사이에 퍼지면 한턱을 안 낼 도리가 없다.
이래저래 생각치도 않은 목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보험사는 이에 착안해 상품을 개발해냈다. 보험사는
홀인원을 했을때 일정액의 축하금(보험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우리나라에도 82년 쌍용화재가 일본 동경해상의 상품을 들여와 이땅에
골프보험를 선보였다.

지금은 국내 모든손보사들이 이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홀인원을 보험에 붙일수 있는지는 다시한번 따져볼 일이다.
위험은 인위적인 것과 순수위험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등이 순수위험이라면 인위적인
위험은 애당초 없었던 위험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같은 인위적 위험에 보험을 붙이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홀인원 역시 인위위험이다. 게다가 홀인원을 해 많은 돈을 쓰더라도
본인으로선 기분 좋은 일이다. 남에게 피해를 줄 리도 만무하다.

이런 점에서 이보험은 도박의 범주에 속할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미국 일리노이주보험청은 홀인원보험의 판매를
금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