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빠르면 내년에 도입키로 한 예금보험제도에 대해 "시기상조"여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은행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공식견해는 아니지만 이제도를 도입하기위해서는 현재의 은행경영여건 감독
체계및 이제도도입으로 인한 은행의 부담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금보험제도란 은행이 부도났을 경우 은행을 대신해 예금자들에게 일정
금액이하의 예금을 지급한다는 것. 은행의 경영잘못으로 선량한 예금자
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만 보면 이제도에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는 듯하다. 더구나 금융자율화가 확대되고 은행간경쟁이 치열해져
만에 하나 생존을 위협받는 은행이 생기는것도 배제할수 없다는 점에서
보험제도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측도 많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빠르면 내년도입검토방침이 성급하다고 주장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

우선 현재의 금융풍토에서 은행이 부도나기 어렵다는 점.

한 시중은행장은 "한양처리과정에서 볼수있듯이 큰 기업도 부도를 내지
못하는 판에 기업보다도 정치 경제적 파장이 훨씬 큰 은행을 부도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방에 본점을 둔 일부 은행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지만 2-3년안에 부도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부도직전에 몰리는 은행이 생길 경우 부도처리보다는
다른 은행으로 합병하는 방식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 예금보험제도의
도입이 그리 시급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은행의 부도가 최소한 수년안에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일정수준의 보험료를 지출할 경우 은행수지가 나빠질 것으로
은행권은 우려하고 있다. 은행의 수지부담은 곧바로 고객에게 전가된다.
그만큼 대출금리가 오를수 있다는 얘기다.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될 만한
대상이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데도 부담만 커지는 것은 곤란하다는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또 예금보험제도가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수 없다.

보험기구에서 고객들을 보호하는 만큼 은행경영자는 고수익만을 겨냥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안일하게 경영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은행
경영인들로 하여금 투기적인 자산운용에 경사되도록 유인하는 꼴이 될수도
있다. 결국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을 유발할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소형 은행격인 저축대부조합이 수없이 쓰러진데는 경영
여건이 나빴던 탓도 있으나 예금보험제도를 방파제로 삼아 무리하게 장사한
도덕적 위험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예금보험제도가 가장 잘 돼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3월말현재 미국의 1만4천5백개 은행중 여기에 가입한 은행은 3분의
2수준인 1만9백57개다. 보험료는 예금 1백달러당 23-31센트다.

미국에서도 이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건전한 은행들은
보험료 부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일부 학자들은 이제도가 방만한
은행경영을 자초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선진국에도 비슷한 기구가 있으나
실제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방침대로 예금보험제도를 빠르면 내년에 도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검토할 사항이 적지않다. 부도날 우려가 전혀 없을 만큼 건전한 은행과
부실한 은행의 보험료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현재의 은행감독원과
예금보험기구간의 감독체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등 따져봐야 할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무부가 빠르면 내년도입을 밝혔고 일부학자들도 은행간 경쟁격화에
대비,도입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은행권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돼 이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