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로 인한 국교단절로 냉각돼 왔던 한.대만간 경협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92년8월 단교이후 중단돼 왔던 사과 배 바나나등 농산물의 구상무역이
지난달부터 재개된데 이어 지난19일 현대정공이 대만철도청이 실시한 국제
입찰에서 3억달러상당의 철도차량을 수주함으로써 한.대만간 경협이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특히 현대정공이 주계약자가 되어 성사시킨 이번수주는 대만정부가 단교
이후 국가건설6개년계획(91년7월-97년6월)을 포함한 각종 국제입찰에 대해
한국업체들의 참여를 금지해 왔던 이제까지의 자세에서 벗어나 한.대만간
경협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같은 해빙무드는 다른 부문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단교이후 잇달아 제기됐던 한국제품에 대한 대만의 덤핑규제가
최근들어 크게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만업계로부터 이미 덤핑제소됐거나 덤핑제소준비단계에 있는 한국
제품은 석유화학분야 6개 철강부문 2개 섬유부문 1개등 모두 9개에 달하고
있다.

이중 냉연강판은 지난2월 덤핑무피해판정을 받았으며 후판도 수출물량을
조절하는 선에서 양국업체간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이다.

석유화학분야에서도 반덤핑관세가 부과돼 왔던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의 경우 대만석유화학공업협회에서 지난6월말 국내의 공급부족으로 원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덤핑관세부과를 철회해 주도록 대만정부에
요청하는등 해빙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단교이후 전면중단됐던 자동차의 대대만수출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11일과 12일 이틀간 대만에서 열렸던 "자동차수출회담"에서는 대만측
에서 자동차수출쿼터제를 부활시키는 대신 부품을 수입해줄것 등을 요청해
회담이 일단 결렬됐으나 오는25일 서울회담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번 대만회담에서는 대만측이 부품수입외에 단교
이전에 합의됐었던 1만1천4백대의 수출쿼터물량을 5천대로 줄인데다 2천대
이상부터는 40-50%의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는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결렬됐었으나 서울2차회담에서는 대만이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경제단체도 한.대만간 경협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경련은 그동안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었던 한.대만경협위를 재가동하여
최근 대만공상협진회측과 오는9월중 서울에서 단교이후 처음으로 합동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전경련은 이합동회의를 계기로 민간차원의 경협활동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박용학회장 사임으로 공석상태인 한.대만경협위 회장인선에 나서는
한편 회의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의제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대만측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한.대만간 경협재개 움직임이 최근들어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등 대만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대만
입장에서도 계획대로 연내에 GATT(관세무역일반협정)가입을 성사시키려면
사전에 한국등에 대한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하는 관계로 그만큼 경협재개를
서둘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무공 대만팀의 이재용씨는 "대만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내
GATT가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한국을 포함한 26개국가와의 GATT
양허협상이 타결돼야 한다"고 밝히고 "대만은 앞으로 무역분야를 비롯한
한국과의 각종회담에서 GATT가입 지지를 조건으로 양보할 가능성이 커
양국간경협재개는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공에 따르면 한국은 대만과의 단교로 인해 연간 3억8천만달러의 수출
차질을 포함, 총6억달러상당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단교이전까지만해도 대만은 한국의 8위수출국이었으나 단교이후
대대만수출이 크게 둔화돼 지난92년 40.6%에 달했던 대대만수출증가율이
93년에는 1.5%로 급감했다.

올들어서는 6월말까지 5.3%의 증가율을 보이는등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예년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국내관련업계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실정
이다.

대만과의 경협재개는 대만과의 교역뿐만아니라 앞으로 동북아시장 전체에
대한 교역확대차원에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배이동전경련 국제담당이사는 "한국과 대만은 양국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많아 국내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화남경제권등의 진출을 확대
하기 위해서는 대만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만이
정부차원에서보다는 민간차원의 교류확대를 희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앞으로 민간차원에서 대만과의 경협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