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르망 자동차에 노트북 컴퓨터 무전장비 휴대전화기등을 설치해
움직이는 최첨단 사무실에서 무선데이터통신을 생활화하고 있는
정보시대의 개척자가 국내에 등장했다.

A&A인터내셔날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홍석표씨(37)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사무실에서만 가능한 업무를 자동차안에서 해내고 있다.

그는 자동차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서류를 작성한 후 무선으로 데이터
를 본사로 보내고 사무실에 있는 PC와 연결해 달리는 차안에서 필요한
자료를 꺼내보기도 한다. 간혹 집에 전화연결이 안될 때는 노트북을
이용해 집에 있는 PC에 급한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심지어 외국 출장을 가서도 노트북과 휴대용 무선기를 연결해 국내에
있는 통신 동호인들과 전자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무선컴퓨터 통신이
몸에 배어있다.

유선 컴퓨터통신 사용자들은 50여만명을 웃도는등 대중화에 접어들었지만
전파를 사용하는 무선컴퓨터통신은 아직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

무선컴퓨터통신은 아마추어 무선사(HAM)들이 사용하는 무전장비와 컴퓨터
를 연결시켜주는 TNC(Terminal Node Controller)라는 장치를 연결해
공중으로 데이터를 날려보낸다.

유선 컴퓨터통신이 장소에 구애받는다면 무선 방식은 어느곳에서든 통신
이 가능하고 장비구입에 따른 초기비용 이외에는 추가 경비가 들지않는
장점이 있다.

홍씨가 무선컴퓨터통신을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부터.

81년부터 HAM으로 활동해오던 그는 한 주한미군병사로부터 무선통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장 실천에 옮겼다.

무선데이터통신을 가능케하는 프로그램을 구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HAM
들과 교신해 프로그램을 얻었으며 세운전자상가 기술서점등을 뒤지며
패킷통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직접 TNC를 제작했다.

홍씨는 개인적으로 무선데이터통신을 즐기는 것 이외에 국내 무선컴퓨터
통신사용자들을 위한 BBS를 운영해 세계와의 연결통로역할을 떠맡았다.

PC 한대를 따로 구입해 무선인들을 위한 사설전자게시판(BBS)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

이 BBS는 무선데이터통신을 위한 기초자료제공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무선데이터파일을 세계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등에서 하루 평균 40~50여건씩 들어오는 무선데이터
를 지방에 있는 통신인들에게 보내주는 중계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홍씨의 활동이 HAM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 알려지면서 그의 BBS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 현재 1백여명이 이 BBS를 이용해 세계와 무선으로 컴퓨터
통신을 즐기고 있다.

"컴퓨터를 쓰다보면 대부분 자신의 방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홀로 있게
마련"이라는 홍씨는 "전파를 이용한 무선컴퓨터통신은 자신의 창을
세계로 활짝 열어젖히고 많은 이웃을 가깝게 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전화선으로부터 컴퓨터 통신을 해방시키는 것이 그만큼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한 4천만~5천여만원이 아깝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홍씨는 또다른 실험을 앞두고 가슴이 설레고 있다. 그는 전세계에서
쏘아올린 아마추어 인공위성을 이용해 무선컴퓨터 통신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KITSAT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자신의 자동차안에서 만든 데이터를 즉시 전세계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환기자>